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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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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싸움으로 치닫는 간호법 논쟁

2023-04-17 16:13

조회수 : 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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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간호법 제정을 둘러싸고 의료계 내부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때부터 본격적으로 공론화 된 간호법 제정은 포괄적으로 의료인의 행위를 규율하고 있는 현행법에서 간호조산에 관한 사항을 따로 분리해 독자적인 법률로 제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간호법에서 간호업무의 범위와 간호 전문인력 양성, 수급, 근무환경 개선 등에 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규정해 간호서비스 질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 입법화하려는 것입니다. 또한 병원 밖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간호사의 역할을 보장하고, 간호사의 처우개선 등의 내용도 담고 있죠.
 
국내 의료기관들이 간호사 법정 인력기준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인력도 부족한 탓에 간호사 배치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에 머물러 있죠. 간호사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죠.
 
특히 코로나19 사태때는 간호 인력 부족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인력부족은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이어질수 밖에 없습니다. 간호 인력이 부족한데도 신규 간호사의 47.4%가 1년 이내 의료현장을 떠나는 상황이다보니 일손 부족의 악순환은 계속 이어지고 있죠.
 
높은 노동 강도 대비 처우도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서울 8개 시립병원 간호사들의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2021년 기준 15.5시간으로 코로나 이후 크게 늘었습니다.
 
근무 시간당 간호사 한명이 돌봐야 하는 환자수를 비교하면 미국 5명, 일본 7명인데 반해 우리나라 간호사들은 12명의 환자를 돌봐야 하는 실정이죠.
 
간호법 제정은 지난 대선 당시 거대 양당의 후보자들도 찬성입장을 밝히며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대한간호협회와 간담회 자리에서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는데요. 그는 "코로나라는 긴 터널에서 간호사분들에게 사명감만을 요구하며 계속 무거운 짐을 지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한대로 정부가 조정안을 가져오면 국민의힘은 즉시 간호법 제정이 논의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라고 밝히기까지 했죠.
 
하지만 지난주 간호법과 의료법 중재안을 마련하기 위해 열린 민·당·정 간담회에선 대통령의 대선 공략이 무색하게도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간호법에서 넣지 않고 기존 의료법에 존치하기로 결정했죠.
 
간호법 제정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여려 의료집단들이 자기 밥그릇 뺏기지 않으려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의사협회 측에서는 간호법이 제정될 경우, 간호사가 의사 감독 없이 단독 개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주장은 간호법 제정안 제1조에서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간호사가 지역사회에서 단독으로 개원할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간호사의 단독개원은 현실화 되기 어렵습니다. 간호법에 포함된 간호사의 업무 규정은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기 때문에 간호법이 통과돼도 간호사가 독자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 권한이 없기 때문이죠.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지역사회의 노인층에서 방문 간호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인 만큼, 지역사회에서의 간호 업무를 명시하는 것이 핵심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의사협회 외에도 간호조무사협회나 임상병리사협회 역시 간호법에서 여러 의사 보조 행위가 간호사의 업무영역으로 들어가면서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등 여러 보건복지의료 직역들이 간호사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는 위기감을 기저에 깔고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죠.
 
갈수록 노령인구가 급증해 지역사회의 의료 돌봄 서비스 확대가 시급한 상황에서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해 억측과 무리한 확대해석으로 공공의 이익에 벗어나는 집단 이기주의식 행태는 그만 멈춰야 할 것입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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