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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거세지는 반도체 글로벌 경쟁

2023-04-20 17:35

조회수 : 2,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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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이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60~70%에 달하는 국가인데요. 우리나라 수출액의 20% 또한 반도체입니다.
 
이처럼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주요 먹거리인데요. 하지만 한국의 반도체는 최근 강대국들의 등쌀에 밀려 꽤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쓰고 있는데요.
 
최근 발표했던 반도체법이 대표적입니다. 미국은 반도체법을 통해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와 연구개발 지원금 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한화 약 69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요.
 
언뜻 좋은 법인 것 같지만 여기에는 복잡한 셈법이 담겨있습니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경영 정보를 포함한 반도체 수율, 분기별 시설 가동률 등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조금을 미끼로 반도체 기업들의 민감한 경영 기밀을 빼갈 수 있다는 이야기인 셈이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10년간 중국 등 이른바 비우호국에서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중국에 공장이 있어 보조금 수령 시 미국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죠.
 
미국에 이어 유럽도 가만히 있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전날 2030년까지 한화 약 62조원을 반도체에 투자하는 '반도체법' 시행을 예고했는데요. 아직 본격적으로 시행하지는 않았지만 절차적인 단계인 유럽의회, 이사회 표결만 남은 상태입니다.
 
EU는 세계 반도체 수요의 20%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입니다. 하지만 반도체 공급망 점유율은 10%에 머무는데요. 특히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은 많지만 생산 역량은 부족합니다.
 
이에 따라 회원국들의 생산시설과 R&D, 인력 양성 등을 지원하기 위해 이 법안을 만든 셈이죠. 이 법안을 통해 현재 10% 수준인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EU의 반도체법은 일단 당장은 국내 기업에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EU의 주력인 팹리스와 우리나라 주력인 메모리반도체는 시장이 겹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는 팹리스나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키우는 것이 목표여서 먼 훗날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 법안에 대해 일각에서는 EU가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역내 투자를 유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다만 미국에 비해 EU가 투자를 단행할 만큼 매력적인 시장은 아니라서 국내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최대 반도체 시장이었던 중국으로의 수출은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인데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의 장밋빛 미래를 위해 전략을 잘 고민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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