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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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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기자실 풍경

2023-06-07 18:10

조회수 : 6,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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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꿨습니다. 학교 한번 못 가보고 졸업하는 대학생들이 생기는가 하면 재택근무, 비대면 회의가 새로운 일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는 기자들이 출근하는 기자실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팬데믹 이전 기자실은 원래 시끄러운 공간이었습니다. 수시로 전화벨이 울렸죠. 사실 관계 확인부터 언성을 높이는 내용의 통화도 있었습니다. 흥분한 기자들 탓에 기자실에서는 술냄새도 풍겼습니다. 홍보 담당자도 기자실에 들러서 자주 대화를 나누고는 했습니다. 홍보맨이 골프 채널을 틀어놓고 TV를 시청하거나 자리에서 시끄럽게 코를 골며 단잠을 취하는 기자도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휩쓸고 간 이후 기자실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마치 고등학교 독서실 같다고 할까요. 일단 기자실에 놓여 있던 전화기 자체가 없어졌습니다. 덕분에 전화 통화를 하는 기자도 사라졌습니다. 전화 통화를 할 일이 있으면 각자 휴대폰을 들고 녹음 부스에 들어가거나 바깥으로 나가서 받는 게 흔한 풍경이 됐죠. 기자실에서 전화 통화라도 하면 따가운 시선이 느껴질 겁니다.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기자실에서 기자들끼리 인사를 나누는 일도 뜸해졌습니다. 예전에는 기자실에 출근하면 선후배간 인사를 주고 받았지만 요즘은 서로 투명인간 취급합니다. 코로나를 계기로 기자실 내 남아있던 수직적 문화가 사라지고 개인적이고 수평적인 'MZ세대 문화'가 침투한 것 같다고나 할까요. 한번은 내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기자가 화장실에서 갑자기 말을 걸며 인사하길래 화들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기자실에서는 인사하거나 용기내 말을 거는 게 무척 어색할 정도가 된 건데, 한편으로는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누구인지 신경쓰지 않아도 돼 매우 편하기도 합니다.
 
코로나를 핑계로 문을 닫은 기자실도 허다합니다. 홍보 담당자들에게 언제 문을 열지 물으면 대부분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립니다. 얼마 뒤 가 보면 기자실이 흔적도 없이 통째로 사라진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터널을 지나 엔데믹 시대가 열렸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느라 분주한 모습들이지만 기자실 만큼은 예전처럼 회복되지 않길 바라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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