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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밀실·불통·졸속'…당 내부선 "비대위 체제밖에 없다"

계파 불문 '이래경 사태' 자성·비판…"검증 절차·시스템 없었다"

2023-06-0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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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휩싸인 논란의 속성은 '밀실·불통·졸속' 등 세 가지 열쇳말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혁신기구 위원장 낙마뿐 아니라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무소속 의원 코인 사태 등에서도 이런 양상은 보였는데요. 그간 잠복해 왔던 문제가 이 이사장 낙마를 계기로 본격 점화돼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냐는 당내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선 하루 전 일방 통보…이재명 리더십이 부른 '화'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 이사장 인선 발표 전날인 지난 4일 저녁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이사장을 혁신기구 위원장으로 임명하겠다는 뜻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습니다. 지도부 차원에서 이 이사장을 검증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았으며, 단기간에 통보 형식으로 인사가 이뤄졌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계파 사이 수위 차이는 있지만, 이번 인사를 향한 자성과 비판은 잇따랐습니다.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더 차분하고 진중하게 잘 준비해야 되는데 그렇게 진행되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친명(친이재명)계인 장경태 최고위원도 CBS 라디오에서 “여러 차례 검증이 있었고 다소 강경한 발언을 했던 것을 충분히 인지는 하고 있었다”면서도 “‘천안함 자폭설’까지는 저도 몰랐다”고 전했습니다.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송갑석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인사 참사가 맞는 것 같다”며 “조금 더 전에 해서, 조금 더 풍부히 이분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줬더라면 결과적으로 인사 참사를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은 든다”고 밝혔습니다. 또 “‘살펴보니 다소 과격한 표현들은 있지만 크게 문제는 아닐 것 같다’ 정도 표현은 있었다”며 “이것저것 다 살펴봤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결정을 내렸다면 정무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했습니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민주당을 탈당한 김 의원의 가상자산 사태로 불거진 위기를 타개하겠다며 내세운 혁신위 카드가 오히려 자충수가 된 상황입니다. 그 배경에는 투명하지 못했던 인선 과정과 부실한 내부 검증이 자리했죠.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본지와 한 통화에서 “인선 관련해 논란이 된 부분은 그 사람에 대해 10분만 찾아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이지 않느냐”며 “당대표가 그렇게 결정했을지라도 사무총장 등이 바로잡아 줬어야 했는데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다”고 당내 시스템 부재를 꼬집었습니다.
 
당내 요구에 침묵→늑장 대응…"이대론 총선 필패"
 
이 이사장 인선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이 이 대표 취임 이후 처음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돈봉투 의혹과 김 의원 코인 사태가 벌어지자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침묵하다 여론이 나빠지면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사과 뒤에는 당내 후속 조치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자제해 왔죠.
 
이 대표는 당 의원을 대상으로 한 가상자산 보유 현황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가상자산도 전부 재산신고 대상으로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후 김 의원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코인을 거래했다는 의혹이 나오자 윤리감찰을 긴급 지시하고 의원총회에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윤관석·이성만 의원 강제수사로 논란이 본격화한 지 5일 만에 입을 뗐습니다. 진상조사 요구가 빗발치던 시점이었던 만큼 당시에도 뒤늦은 입장 표명이라는 반발이 나왔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건으로 이 대표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책임 묻기를 넘어 이 대표 체제를 향한 불신임 움직임도 이어졌습니다. 이 대표가 당의 수장으로 있는 상태에서 다음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없다는 주장인데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가동을 감수해서라도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까지 당내에서 나왔습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이재명 체제’를 극복할 혁신위로 가겠다는 결단을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의원들은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이 가능한지에 대한 심각한 토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비대위라는 선택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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