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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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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연임 도전 구자철 "경선? 자존심 상하지 않는다. 경쟁해야 KPGA 발전"

"반대파에 굴복해 주저앉지 않겠다…제가 필요 없다면 퇴장하면 그만"

2023-11-1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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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구자철. 그는 재계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의 일원으로, 예스코홀딩스를 이끄는 '재벌 총수'입니다. LG그룹이 뿌리이며 LS그룹과는 형제간입니다. 부러울 것 하나 없는 그가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직 연임에 도전합니다. 그것도 '상대'(김원섭)가 있는 선거전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공언합니다. 2000년대 들어 단독후보 추대가 관례였던 점에 비추어볼 때, 그가 선거에 뛰어드는 점이 쉽사리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KPGA 회장이 '대단한'(?) 자리도 아닌 데다, 패할 경우 체면만 구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 LS타워에서 만난 그는 이 같은 염려를 기우로 만들었습니다. 구 회장은 "(선거를 통해)지난 4년간 저에 대한 평가를 물을 수 있다. 또 제가 나서야, 상대도 보다 알찬 공약과 정책을 준비할 수 있다. 이 모두 회원들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라며 "경쟁이 결국 KPGA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그러면서 "회원들 뜻을 묻고, 제가 필요 없다고 결정되면 퇴장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자존심 상하지 않는다. 부담도 느낄 필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반대파에 굴복해서 주저앉지 않겠다"고도 했습니다. KPGA 오랜 병폐와도 같았던 '파벌'과 '반목'을 대하는 '결기'가 느껴졌습니다.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 (사진=뉴시스)
 
SNS로 논란 자처…본질은 '후원요청·선수보호'
 
구 회장은 KPGA 18대 회장으로, 2020년 1월 취임했습니다. 초대 허정구 회장 이후 12·13대 박삼구 회장을 거쳐 기업인으로서는 3번째 KPGA를 이끌고 있습니다. 현재 4년의 임기가 막바지에 이르렀고, 오는 23일 19대 회장 선출을 위한 투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대진표 윤곽도 드러났습니다. 구 회장에 맞설 상대는 김원섭 풍산 고문으로, 그의 뒤에는 풍산그룹 회장이자 한국경제인협회를 이끄는 류진 회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구 회장과 류 회장 모두 재계에서는 둘째라면 서러울 골프 사랑을 자랑합니다. 일찌감치 연임 의사를 밝혔던 터라, 류 회장에게 섭섭함을 느낄 법도 한데 구 회장은 되레 한국 골프계에 미친 류 회장의 영향력과 애정을 높이 샀습니다. 
 
대신, "반대파에 굴복하지는 않겠다"는 게 그의 의지였습니다. 실제 KPGA 내부에서 그의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사무국을 비롯해 협회 요직에 구 회장의 사람들을 앉혔다는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구 회장은 "일부 회원들이 저를 공격하는 게 바로 그 부분, 이른바 사조직화 이야기"라면서 "제 사람이 있어야 제대로 된 일을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특히 재정이 어려운 협회 사정을 감안할 때 '재무' 쪽을 틀어쥐어야 제대로 된 관리와 협회 운영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이른바 '책임경영' 차원이며, "보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2020년 7월19일 충남 태안에 위치한 솔라고CC에서 열린 KPGA오픈 with SOLLAGO CC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수민 선수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 회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물의를 빚은 것도 연임 반대의 빌미가 됐습니다. 앞서 구 회장은 2020년 5월 인스타그램에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후원 기업들을 나열하며 "여자프로골프대회만 (후원)하는. 남자프로 공공의 적"이라고 적었다가 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구 회장은 다음날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고 "저녁자리 내내 남자 대회를 늘리기 위한 이런저런 방안을 상의하다가 좀 취했었습니다. 취중 포스팅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습니다. 이어 "제가 언급한 기업들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고, 기회가 되시면 남자 대회도 지원해 주세요"라며 KPGA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과 지원을 거듭 요청했습니다. 사과글 이면에는 서운함과 섭섭함도 묻어났습니다. 
 
미국 LPGA를 호령하며 국내에서도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니는 등 인기 가도의 여자 프로골프에 비해 남자 프로골프는 척박한 현실에 서 있습니다. 대회 숫자는 물론 상금 총액도 비교가 안 될 정도입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사정이 변했다고는 하나 '양극화'는 여전합니다. 이에 대해 구 회장은 임영웅을 일약 트로트의 '별'로 이끈 TV조선 '미스터트롯'을 예로 들며 "경연이라는 장이 생기고 기회가 주어지니깐 임영웅이 등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트로트가 대중들 속에서 다시 꽃을 피웠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높게만 보였던 미국 PGA 무대에서 한국 선수들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때문에 자양분이 될 더 많은 관심과 후원은 그에게 매우 절박해 보였습니다. 
 
지난해 6월엔 "왜 김비오 샷 할 때마다 이 X랄이냐? 비오야. X큐 한번 더 해. 내가 막아줄게"란 글을 올려 또 사과해야만 했습니다. 김비오 선수는 2019년 대구경북오픈 최종 4라운드 후반 스마트폰으로 카메라 셔터음을 낸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한 바 있습니다. 구 회장이 자처한 논란에 대해 남자 프로골프 선수들은 어떤 입장일지 몇몇에게 물었습니다. 회장 선거가 임박한 터라 어렵게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재계 총수이니 재계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낼 수 있다. 선출(선수출신) 회장이라면 가능했을까", "표현은 과했지만 남자 대회 지원이 그만큼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자 프로와 비교도 안 되는 국내시장 상황을 봤을 때 선수들 입장에선 회장이 오히려 고마웠다", "회장이 나서서 선수 방패가 되어 주겠다는데, 든든함이 안 느껴졌다면 거짓말" 등의 답변이 뒤따랐습니다. 실제, 프로선수들은 갤러리의 촬영음 하나로 대회 성적을 좌우하는 경우도 허다해 PGA 등에서는 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2021년 3월24일 충남 태안에 위치한 솔라고CC에서 열린 KPGA 시니어 마스터즈 1라운드 5번 홀에서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이 드라이버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극우와 개딸의 싸움과 같아KPGA '반목의 시대' 끝내야"
 
회장 재임 기간 성과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회장 취임 당시 열악한 재정을 마주했던 그는 대회 및 후원 유치와 이를 바탕으로 중계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고 했습니다. 구 회장은 "팬들 관심을 계속해서 이끌고, 선수들의 경기력을 최상으로 유지하려면 매주 대회가 열려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대회 1번 열면 2주를 쉰다"면서 대회 유치에 힘을 쏟은 이유를 밝혔습니다. 취임 당시 15개에 불과했던 국내 대회는 올해 22개로 늘었고, 내년에는 25개로 늘어납니다. 중계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구 회장은 "제가 회장 이전에 KPGA가 5년에 18억원이라는 아주 말도 안 되는 중계권 협상을 했다. KPGA가 돈이 없으니까 중계권 협상에서 '을'이 된 것"이라며 "제가 회장이 되고 대회를 22개, 25개까지 늘렸더니 올해 10월에는 5년간 300억원 중계권 계약을 새로 했다"고 자랑했습니다. 이어 "인기 없고 경기도 몇 개 없어서 사람이 안 몰리는 대회에 돈을 주고 중계를 하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 몸값을 불리려면 결국 스스로 판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구 회장은 KPGA 내 파벌 갈등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재계 인맥을 동원, 대회를 크게 늘리고 이를 기반 삼아 중계권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음에도 반대파가 존재하는 이유를 오래된 관행에서 찾았습니다. 구 회장은 "정치하고 똑같다. 제가 가끔 '아스팔트 극우와 개딸'이라고 표현하는데, 이유도 없이 무조건 반대가 벌어진다. 이걸 해소하지 않으면 KPGA는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면서 "제가 이번에 회장 경선에서 사퇴를 하게 되면 저를 추대했던 사람들이 또 새 회장과 반목을 할 것 아니냐. 계속 반복되는 '반목의 시대'를 누구 하나는 끊어놓고 가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우리 KPGA와 회원들에 대한 예의"라고 강조했습니다.
 
2022년 10월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2022 제네시스 챔피언십'이 개최됐다.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정수 포스코 O&M 대표이사,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 장재훈 제네시스 사장, 김재민 캐디, 대회 우승자 김영수 선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크리스찬 하디 PGA투어 수석 부회장, 제리 사바디 르네상스 클럽 대표, 키스 팰리 DP월드투어 CEO. (사진=뉴시스)
 
구 회장은 경쟁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기존 관행을 넘어서는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과거 몇몇 기업 총수들은 KPGA 회장을 하려다가 경선 구도가 되니까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있었고, 그래서 최근엔 추대가 관행이 됐다"라면서 "그러다 보니 지금껏 추대된 회장들은 취임할 때 내세운 공약들을 안 지켜도 거기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하지를 못했다. 또 회장을 추대한 일부 회원들이 자기 입맛대로 KPGA를 끌고 간 면도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선을 하면 공약 경쟁이 될 것이고, 우리 회원들은 유권자로서 더 좋은 공약을 얻어낼 수 있다"라며 "제가 혹 선거에서 지더라도 협회엔 더 낫지 않겠느냐"라고 했습니다. 
 
구 회장은 19대 KPGA 회장 출마 공약으로 '100년 대계의 기틀'을 내세웠습니다. 세부 내용은 △2027년 말까지 400억원 가용자금 확보 △코리안 투어의 지속적이고 질적인 성장 △'1.5부 투어'(가칭) 5개 이상 신설 통한 우수 선수 배출 △회원 전담조직 신설과 이를 통한 복지 향상 △KPGA 국제적 위상 확대 △우수 회원들의 KPGA 경영 참여와 이를 통한 조직 체질 개선 등입니다. 구 회장은 "골프 인구와 선수들 기량이 늘어나는 지금이 KPGA가 미국 PGA처럼 커미셔너로 제대로 도약할 기회"라면서 "지금은 기업들이 '우리가 이렇게 스폰을 하고 경기를 할 거니까 선수들은 와라'는 식이다. 저는 '우리가 대회를 만들 테니 기업은 얼마를 내라. 그러면 보드에 이름을 넣어주겠다' 이렇게 하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했습니다.
 
한편 제19대 KPGA 회장은 오는 23일 201명 대의원의 직접투표를 통해 선출됩니다. 전체 대의원 과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하며, 다득표 후보자가 임기 4년의 19대 회장 직에 오르게 됩니다. 지난 2일 회장 입후보 등록 결과, 구자철 현 회장과 김원섭 풍산그룹 고문이 입후보를 마쳤습니다. KPGA 회장 선거가 경선으로 치러지는 것은 지난 2012년 제16대 회장 선거 이후 11년 만입니다. 기업 총수가 경선에 임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대담=김기성 편집국장 / 정리=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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