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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bora11@etomato.com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나이듦의 재발견

2023-11-29 16:35

조회수 : 1,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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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반주 대결, 트로트 가수 선발, 최고의 댄스팀 등 다양한 분야의 경연이 안방을 점령하는 요즘입니다. 넘쳐나는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 가운데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바로 '골든 걸스'인데요. 이은미, 신효범, 인순이, 박미경 등 내로라하는 국내 최정상 보컬리스트 4인을 모아 '걸그룹'으로 컴백 과정을 그리는 프로그램입니다. 보컬리스트의 '아이돌화'를 지켜보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고, 또 안쓰럽기도 합니다.
 
60세 전후의 최정상 보컬리스트들은 안무를 몸에 익히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마이크 하나면 무대를 휘어잡을 수 있는 그들입니다. 하지만 '몸짓'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일은 더욱 어려워 보입니다. 그들은 안무가 너무 어렵고,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고 투정하기도 합니다. 댄스로 다져지지 않은 몸을 움직이는 것을 넘어서서 그들만의 안무로 체화하는 일은 정체성을 바꾸는 것과도 비슷한 일이겠지요.
 
가수 이은미(왼쪽부터),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2 '골든걸스' 신곡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골든걸스'는 박진영 프로듀서를 필두로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로 이뤄진 155년 경력의 국내 최고의 神급 보컬리스트의 신(神)인 디바 데뷔 프로젝트다. (사진=뉴시스)
 
아직 그들만의 곡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방송된 그들의 커버곡들을 보고 두 가지를 느꼈습니다. 하나는 세계적 수준의 K-아이돌의 피, 땀, 노력입니다. 평균 60세 가량의 골든 걸스의 움직임이 조금은 둔하고 느리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의 눈이 아이돌의 칼군무에 익숙하기 때문일 겁니다. 화려한 무대와 조명에 가려 그들의 노력과 고생을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하나는 관록의 보컬입니다. 네 명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보컬이 어우러져 내는 화음과 멜로디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모든 아이돌의 노래를 네 명의 목소리로 듣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어요. 귀가 호강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이돌 댄스를 그들이 똑같이 따라할 수는 없더라도 네 명의 조화로운 음색이 빚어내는 환상적인 하모니를 듣게 된 것만으로 영광이었습니다. 아이돌들의 노래는 그들의 독특한 음색을 통해 다시 태어난 듯 합니다. 
 
아이돌의 노래보다 훨씬 듣기 편하고, 깊으며 소울이 충만한 것으로 느껴졌어요. 단순한 '노래'의 개념을 뛰어넘어 30~40년의 가수 경력이 가져다준 노하우와 관록의 조화였습니다. '나이듦'은 더 이상 장애물이나 걸림돌, 한계가 아니었습니다. 누구도 갖지 못한 경쟁력이고 개성이며 무기아닐까요.
 
  • 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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