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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우린 이제 더이상 노인(老人)이 아니에요"

노인·어르신·고령 등 혼용..기준도 제각각

2013-11-0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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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늘어나는 65세 이상 인구를 어떻게 부를지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나 일반적으로는 65세 이상 인구를 '노인(老人)'이라고 부르지만 '늙은 사람'이라는 이 단어가 부정적 인상을 준다는 이유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발 빠르게 나선 지방자치단체는 서울시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노인을 대신할 명칭으로 '어르신'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1000만명이 넘는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새로운 명칭을 공모하고 행정용어순화위원, 시의원, 한글학회, 노년학회 등이 모여 만든 결과다.
 
문제는 명칭에 대한 혼선이 끊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노인, 어르신, 고령 등의 용어가 혼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가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일자리 사업의 명칭은 '노인 일자리 사업'이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노인 대신 '고령'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보건복지부(左)와 고용노동부(右)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기준도 혼선이다. 노인복지법에는 65세, 국민연금법에는 60세, 고령자고용촉진법 시행령에는 55세 이상을 고령자로, 50∼55세 미만은 준고령자로 정의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61세 이상으로 분류한다.
 
중·장년 이상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행사장에서는 노인이라는 명칭과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개최한 '창조경제 실현과 고령화 문제 극복을 위한 디지털 에이징(Digital Ageing) 심포지엄'에서는 전국에서 모여든 300여명의 어르신들이 "우리를 노인이라고 부르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에서 올라왔다는 한 어르신은 "노인이라고 하면 대개 퇴직, 은퇴, 죽음 이렇게 연계시키는데 이 용어가 우리의 자신감을 잃게 한다"며 "노인이라는 용어는 버리거나 80세가 넘는 분들께 쓰고 장년이라는 용어를 쓰자"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최재성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제적으로는 65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하는데 이를 75세로 바꾸자는 얘기가 학계에서도 나오고 있으나, 논의가 더 진전돼야 한다"며 청중을 진정시켰다.
 
서울시가 지난달 28일 개최한 '시니어 비즈니스 국제컨퍼런스'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오갔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한주형 50플러스코리언 회장이 나서 '시니어, 어르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토론자와 청중을 향해 던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이미 50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3분의 1 이상이고, 어르신복지과는 예전엔 노인복지과였다"며 달라진 상황을 언급한 뒤 "우리사회는 이러한 시니어 세대를 사회의 부담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와 자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김 전 미국은퇴자협회(AARP) 부회장은 "AARP도 과거에는 은퇴자협회로 불렸는데, 최근에는 AARP라는 약어만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식 회원 수만 3800만명이 넘는 AARP조차 용어가 가질 수 있는 부정적 어감을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김 전 부회장은 "특정 연령대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부르냐에 따라 편견이 발생할 수 있다"며 "50플러스(+) 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 세대를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주형 50플러스코리언 회장은 "최근 국제연합(UN)에서 열린 관련 회의에서도 '나이 든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이 나왔는데 답은 'human being(사람)'이었다"며 "어르신 관련 정책은 용어부터 그들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에선 '고년자'(高年者), 중국에선 '50대 숙년(熟年), 60대 장년(長年), 70대 이상 존년(尊年)', 미국에선 '시니어 시민(senior citizen), 금빛 세대(golden age)' 등으로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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