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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울리는 장기수선충당금

경매로 집 주인 바뀌면 못 돌려받아

2015-07-16 16:37

조회수 : 1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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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던 A씨는 최근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 집주인이 바뀌자 집을 비워야 할 상황에 놓였다. 배당받아야 하는 보증금과는 별개로 거주 기간이 5년 남짓 되는 까닭에 돌려받아야 할 장기수선충당금은 60만원 정도. A씨는 이를 집주인에게 청구했지만, 경매로 넘어간 집의 세입자는 장기수선충당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황당한 말만 들어야 했다.
 
한 푼이 아쉬운 세입자들에게 장기수선충당금이 또 하나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통상 관리비 형식으로 집주인이 세입자게에 전가해 부담토록 하고 있지만 경매로 집이 넘어갈 경우 이를 돌려줄 의무가 없어서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주택법에 의거, 공동주택의 노후로 생기는 난방, 승강기 등 설비와 시설 수리를 위해 입주자대표회의가 주택 소유자들로부터 매년 걷어 적립해 두는 돈으로, 편의상 관리비에 포함시켜 납부토록 하고 있다. 따라서 만일 주택 소유자가 집을 세놓고 있는 상황이라면 세입자가 부담할 수밖에 없고, 세입자가 이사를 갈 때 그 동안 관리비에 포함돼 납부한 장기수선충당금을 집주인으로부터 돌려받아야 한다.
 
하지만 경매로 부동산이 처분되면 기존 임대차 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해석한다. 이 때문에 임차인은 법원의 매각절차에 따라 배당요구를 하고 보증금도 배당받을 수 있는 것. 따라서 채무자인 이전 집주인을 대신해 적립한 비용을 경매로 바뀐 새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없고, 이전 집주인에게 청구한다 해도 경매로 재산이 강제 매각되고 있는 채무자에게 장기수선충당금을 돌려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희명 강원대학교 부동산학 박사는 "경매로 넘어간 집의 장기수선충당금은 아직까지 별 다른 판례없이개인 간 문제로 여겨지고 있어 돌려받는 세입자가 거의 없다"며 "액수가 보증금에 비해 현저히 적기 때문에 번거롭게 법적 절차를 거치기보다는 이사비 명목으로 협의를 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공동주택 시설 수리를 위해 적립하는 장기수선충당금이 세입자들을 울리고 있다. 경매로 살던 집이 넘어가면 집주인에게 돌려받을 길이 없어서다. 사진/ 뉴시스
 
방서후 기자 zooc60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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