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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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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중앙회장, 관피아 피하나 했더니 낙하산 논란

은행권 출신 이순우 전 회장 내정…순수 업권 출신들 '고배'

2015-12-22 14:01

조회수 : 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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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중앙회장에 민간 출신인 이순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이 단독 후보로 선출됐으나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정치·관치금융이 부활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회장직을 맡을 만한 업권 출신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저축은행 관련 경력이 전무한 은행권 출신이 내정되면서 결국 이 전 회장의 정치권 인맥이 이번 인선에 큰 작용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22일 오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회의를 열고 이 전 회장을 단독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추위는 후보 지원서를 최종 제출한 3명의 후보 가운데 이 전 회장과 박내순 전 한신저축은행 대표로 압축하고, 단독 또는 복수 후보로 투표할 것인지 여부를 논의했다.
 
중앙회 관계자는 "회추위는 영업력과 소통능력, 거시경제를 보는 안목 등을 고려해 이 전 회장을 단독 후보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중앙회는 이 전 회장에 대해 오는 28일 회원사 총회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투표 절차가 요식 행위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전 회장이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에 사실상 확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회장은 옛 상업은행의 평사원으로 입사해 우리은행장을 거쳐 우리금융지주 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저축은행 경력이 전무한 이 회장이 저축은행 출신 인사들을 제치고 중앙회장에 오르는 것에는 표면적으로는 민간출신이지만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회장이 몸 담았던 우리은행 관계자들은 "재임기간 동안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고 비은행사 민영화도 잘 처리하는 등 추진력이 있다"면서도 타 업권의 중앙회장 자리에 선출된 것에 대해서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저축은행중앙회장직은 지난 20여년간 '관피아(관료출신+모피아)'들의 자리로 여겨졌다. 이달 초 물러난 최규연 전 중앙회장도 재정경제부 국고과장 출신이며 역대 저축은행 중앙회 회장 14명 중 12명이 관료 출신이다. 이중 기재부 출신 7명, 한은 출신 2명, 국무총리실 등 기타 부처 출신 3명이었다.
 
민간기업 출신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지난 1994년 곽후섭 전 한남상호신용금고대표가 마지막으로 한 차례도 저축은행중앙회장 자리에 앉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관 출신 중앙회장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저축은행중앙회도 민간출신 회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민간출신 가운데 이 전 회장이 단독 후보로 선출됐으나 업계에서는 석연치 않은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달 김종욱 전 SBI저축은행 부회장이 저축은행중앙회장 후보로 단독 등록했으나 회추위에서는 김종욱 전 부회장의 의사를 반려한 바 있다.
 
김 전 부회장의 업계 경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였지만 김 전 부회장은 유진증권과 외국계 사모펀드, 현대증권 투자은행 본부장 등을 거쳐 2013년 9월부터 2년간 SBI저축은행 대표와 부회장을 지냈다. 업계 관계자는 "경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김 전 부회장을 반려시켰으나 이 전 회장은 은행원 출신으로 경력이 전무하지 않나"며 "그의 정치권 인맥이 더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성균관대 법학과 동문이고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대구고등학교 6년 후배이다. 이 전 회장의 화려한 정치권 인맥이 부각되고 있어 낙하산 논란에 더욱 힘을 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순수 저축은행 출신 인사가 소유구조가 제각각인 업권의 단합을 이끌어내기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저축은행 활로가 없어 업권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이 와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타 업권 출신이 중앙회장을 맡아야하는 수준이라고 한다면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종용·이종호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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