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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비즈트렌드)위기의 한국경제, 제조업 의존도 낮춰라

특정 산업 위기시 전체 수출 크게 위축…서비스 신규 수요 발굴 절실

2016-01-2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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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불리한 대외여건으로 수출과 내수 동반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경제 회복 방안으로 높은 제조업 의존도를 줄이고 서비스산업의 성장을 꾀해야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은 '2016 국내경제 진단-저상장 기조에 위험요인 산재' 보고서를 통해 내수분야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산업 성장을 통해 경제 활력 회복의 동인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계 수요부진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경제회복의 원천을 수출·제조업에서 찾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화장품 등 새로운 품목에서 수출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아직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편이고, 세계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의료기기와 제약 등 바이오 업종과 항공기 등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에서의 경쟁력은 낮은 수준이다. 기업들이 장기적 안목으로 신규 수요가 확대될 수 있는 부문을 적극 모색하고 기존 산업의 서비스화와 융합을 통한 시너지를 통해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한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국내 주력 수출 품목들이 세계 시장에서 수요가 감소하거나 경쟁이 치열한 업종에 집중돼 있어 새로운 품목 발굴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정 산업 의존도가 큰 만큼 주력산업이 어려워지면 전체 수출이 크게 위축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한국의 수출상품 집중도를 나타낸 허핀달 지수는 중국의 두배 수준이다.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은 대외적 경쟁 격화 속에 안으로는 청년실업과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노동시장 불안과 부채 증가 등이 더해지며 악재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경제는 저성장기조를 지속했다. 지난 2011년 이후 3% 성장률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속돼왔지만 2% 중후반 성장에 머무는데 그쳤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 역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 소비가 지난해 하반기 들어 둔화되며 성장 흐름이 꺾이고 있고, 중국 역시 주가급락을 필두로 성장 둔화가 기정사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부진에도 자국내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로 성장을 지지해오던 중국은 기업수익 저하와 재정악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사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와 주택건설 투자가 호전되면서 내수부문이 올해 경기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소비와 생산, 고용회복의 선순환 흐름이 나타나기 위한 필수조건인 소비심리가 좀 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비록 지난해 연말 소비세 인하와 블랙프라이데이 등으로 자동차 판매와 백화점 매출이 일시적 호조를 보였지만 서비스 부문인 여가 문화 관련 소비는 여전히 부진했다. 외식과 숙박 서비스 부문 소비는 전년대비 마이너스 증가세에 머물며 전반적 소비가 확대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반짝 특수를 보였던 자동차와 백화점 등도 올해 소비 촉진 효과가 소멸되면서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3.1% 감소한 176만대로 전망하기도 했다.
 
여기에 상승 효과가 미미해지며 노후자산으로 모아둔 부동산의 가치가 하락하고 저금리로 인한 금융자산 부족이 겹친 중장년층, 취업난을 겪고있는 청년층 모두 소비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자본투입 둔화와 생산성 저하 추세가 뚜렷해짐에 따라 향후 수년간 잠재성장세가 낮아질 것이란 전망은 국내 경제 회복에 대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요소다. 제조업 기반의 대규모 자본투입을 통한 대량생산 방식이 생산성을 늘리는데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3분기 동안 국내 상장기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한 점은 이를 방증한다. 글로벌 경제 성장성 둔화에 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위축되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이 급부상함에 따라 국내 기업의 제조분야 수출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는 것. 중장기적 시간 투자가 요구되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 내 국내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부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민간기업의 부채 규모는 지난해 9월말 기준 1319조원에 이른다. 이는 명목국내총생산(GDP)와 맞먹는 규모다. 비록 지속된 저금리와 수익성 소폭 개선으로 부채상환능력이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이는 재무구조가 양호한 기업에 편중돼 있고 취약기업들의 부채상환 능력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비금융 상장기업 중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이자보상배율 1 이하' 기업의 비중도 지난 2011년 이후 30%선이 유지되고 있다. 10개 상장기업 중 3개 기업이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조차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의 증가율을 기록한 수출 부진 역시 장기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저유가로 수출 단가가 10% 가까이 하락한 가운데 물량은 소폭 증가에 그친 반면, 석유 관련 수출은 30% 가까이 감소했다. 세계 교역량이 부진하면서 조선, 철강 등 자본재 수출이 크게 둔화됐고 산유국 수요 둔화에 자동차 수출 감소도 뒤따랐다.
 
전기전자를 비롯해 철강, 조선, 디스플레이등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국내 주력 수출 품목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전체 수요는 감소한 가운데 각국 수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진국이 서비스 업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며 전체적인 내구재 수요 비중이 점차 줄고 있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과거에 비해 높아진 안정성에도 성장활력이 크게 저하된 것으로 평가되는 국내 경제 특성상 과거의 추격성장형 모델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다. 선도자로서의 이행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믿었던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추월 직전의 상황으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마땅한 해결책 없이 제조업에 편중된 산업 구조를 고수한다면 지난 1990년대 이후 일본이 겪었던 장기침체가 국내 경제에 현실화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한 경기침체와 아시아 후발 공업국가의 추격으로 제조업이 위축됐을 당시 주요 선진국들은 서비스 산업 육성과 성장으로 완화했다"며 "우리경제의 활력 회복을 위해 기업은 내수분야 중심의 서비스산업 성장을 통해 답을 찾고, 정부는 규재 개혁 등을 통해 기업들이 체질을 개선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LG경제연구원은 제조업에 치우친 국내 경제 구조 내에서 서비스산업 성장을 통해 회복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은 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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