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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아들 장학금 요구' 유창무 전 사장 '뇌물죄' 확정

대법, "장학금 기회 자체가 '이익'에 해당"

2016-03-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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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STX 고위급 간부에게 아들의 장학금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된 유창무(66) 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박보영)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유 전 사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유 전 사장은 지난 2011년 3월 이모 전 STX 부회장과 부부동반으로 골프를 친 후 식사 자리에서 미국 유학을 앞둔 아들이 STX장학재단이 지급하는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요구한 혐의로 2014년 6월 불구속 기소됐다.

 

STX장학재단은 당시 국내에서 졸업한 학생으로 제한된 장학생 지원자격을 외국 대학으로 확대했지만 유 전 사장의 아들이 최종 탈락하자 선채용후 유학자금 제도를 신설해 1억원 상당을 지원한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유 전 사장은 재판 과정에서 "장학생 지원 기회는 뇌물에 해당하지 않는데다가 특혜를 받은 줄 몰라 뇌물수수의 인식이 없었고,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2심 재판부는 "STX장학재단이 선발 규정을 개정한 것은 장학생으로 지원할 수 없는 유 전 사장의 아들에게 혜택을 부여하기 위해 이뤄진 것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장학생으로 지원할 수 없었던 사람이 지원 기회를 얻었다면 이는 그 자체로 뇌물죄에서의 뇌물의 내용인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 전 사장은 처음부터 장학금과 관련된 청탁을 스스로 했고, 이 전 부회장으로부터 '잘 준비하라'란 취지의 이야기를 전달받았다"며 "아들이 STX장학재단으로부터 관련 메일을 받자 'STX장학재단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으로 인식했으므로 재단의 배려로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을 충분히 인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한국무역보험공사는 STX조선해양, STX팬오션과 수천억원에 이르는 수출신용보증의 입보 또는 보증보험증권의 발행 등 밀접한 직무상의 관계에 있었다"며 "규정이 개정된 내용이 유 전 사장의 아들에게만 전달됐고, 탈락 이후에는 전무후무한 혜택으로 학비를 받는 등 정황을 보면 직무와 관련된 이익으로서 뇌물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 전 사장의 아들이 장학생으로 지원할 기회를 얻기는 했지만, 장학생으로 선발되지는 못해 실제로 실현된 이익이 크지 않다고 보인다"며 "뇌물을 수수한 이후 부정한 처사에 나아가지는 않았고, 아들이 나중에 지원받은 학비 전액을 주식회사 STX에 반환한 것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유 전 사장이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뇌물죄의 유죄로 본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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