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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1년반)③책 정가 내렸다고?…스테디셀러 1.4배 비싸져

신간 가격 4.5% 내렸지만 재정가 제대로 안되며 체감가격은 올라

2016-06-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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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도서정가제에는 '제2의 단통법' 이라는 비아냥거림이 꼬리처럼 따라붙는다. 중소서점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으로 할인을 제한하며 되레 책값만 올렸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개한 '도서정가제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개정 도서정가제는 베스트셀러 판매 가격을 16.2%, 스테디셀러 판매가격을 40% 이상 인상시켰다는 추정이 나온다. 스테디셀러의 경우 상대적으로 구간이 많은데 할인율이 최대 15%로 묶이며 판매가가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KDI는 할인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소비자잉여는 한달에 최소한 130억원 이상 감소했다는 추정도 덧붙였다. 
 
반면 지난 3월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상반된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발행된 신간 도서 평균 정가가 1만4929원으로 전년대비 4.5%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는 발행 종수 감소와 함께 도서정가제 강화에 따른 가격 거품 해소를 제시했다. 
 
개정도서정가제 이후 신간도서의 정가는 4% 이상 낮아졌지만 실제 판매가의 경우 베스트셀러는 16.2%, 스테디셀러는 40% 이상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소비자들이 실제로 책을 사는 가격과 책 뒷면에 바코드와 함께 찍힌 가격을 비교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명중 3명이 책 값이 상승했다고 느끼는 등(KDI) 도서정가제 강화를 통한 책값 인하 및 거품 해소 효과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책값이 낮아지지 않은 가장 큰 원인으로 '출판사들의 재정가 기피'를 지목했다. 재정가는 출간 18개월이 지난 도서에 한해 정가를 다시 산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구간에 대한 할인판매의 대안 성격으로 마련됐다. 
 
간행물재정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1월13일 이후 4월6일까지 재정가가 이뤄진 도서는 8966종으로 가격은 43.2% 내렸다. 하지만 이 기간 재정가 대상 도서가 약 8만8000여권에 달했던 점과 비교하면 재정가가 매겨진 책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또 재정가가 반드시 가격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전체의 17%(1519종)는 오히려 정가가 오르기도 했다. 정가 인상 도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사들은 복잡한 신청 절차와 소비자 반발 때문에 재정가에 나서기 힘들다고 말한다. 재정가를 위해서는 두 달 전에 사전신청을 해야 한다. 학습참고서처럼 회전이 빠른 도서가 현 제도대로 재정가를 매긴다면 '뒷북 가격조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과거에는 할인으로 가격을 내렸다 이후 정상가를 받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가격 인하와 인상에 최소 4개월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구간의 정가를 다시 매기면 과거 신간 가격의 거품을 인정하는 모습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실질적으로는 절차적 문제보다 이같은 심리적 부담이 더 큰 상황이다. 장영태 출협 사무국장은 "출판사들이 재정가를 통해 가격을 내릴 경우 '왜 처음에는 비싸게 받았냐'는 비판이 나올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가→가격거품 논란→소비자 신뢰 하락→신간 판매 감소'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도서정가제 이후 스테디셀러 판매량이 급감한 만큼 출판사들이 스스로 재정가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출판인회의 고위 관계자는 "재정가는 유통 과정에서 출판계가 독자의 몫을 생각하며 자발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본다"며 "지금 상황에서 스테디셀러를 판매할 수 없으니 장기적으로는 재정가가 자리 잡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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