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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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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나볏입니다.
(토마토칼럼)시장이 늙어가고 있다

2016-10-13 06:00

조회수 : 3,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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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한국은 고령화사회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이미 지난 2000년에 7.2%를 기록하며 고령화사회로 진입했고 지난해에는 무려 13.1%에 달했다. 고령사회 기준인 14% 이상을 목전에 둔 셈이다.
 
사실 고령화는 우리 사회만의 이슈는 아니며 그간 예상하지 못했던 바도 아니다. 앞서 여타 선진국들이 우리와 유사한 길을 걸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한국사회가 가야할 길이 좀더 험해보인다. 고령사회가 코 앞인데 미래 성장동력이자 산업의 역군이 되어주어야 할 젊은 세대에 희망적인 소식들이 좀처럼 들려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 성공신화 소식은 언제부턴가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실정이고,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가장 선호하는 미래 직업으로 수년째 공무원을 꼽고 있다. 정부는 청년의 벤처정신을 강조하지만 개인 입장에서는 그보다는 안정추구가 셈법에 맞아보이는 시대, 고령사회를 넉넉히 이겨낼 만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코스닥 시장도 이같은 한국 사회의 현실과 꽤나 닮아 있다. 코스닥이 미래 성장성을 담보한 중소기업들 위주의 시장이라지만 사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같은 지향점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을 보면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중견 중소기업들로, 혁신을 모색하기 위한 자금 마련보다는 신규 공장을 짓기 위한 자금 마련 차원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상장을 모색 중인 대기업 계열사들의 경우 업종상 보면 코스닥 시장에 더 어울림직함에도 불구하고 공모자금을 더 많이 끌어모으기 위해 유가증권시장으로 움직인다. 코스닥 시장의 주인이자 성장동력이 될 만한 기업, 벤처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기업은 이래저래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게 현실이다.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과 활기 찾기가 시급한 상황이만 뾰족한 묘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거래소는 상장기업수를 끌어올리려 부단히 노력 중이긴 하다. 금융위도 가세했다. 당장은 적자라도 성장성이 있는 기업은 코스닥에 적극 상장시킨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장·공모제도 개편방안을 최근 발표하며 힘을 싣는 모양새다. 그러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존의 '기술평가 특례상장' 외에 상장주관 증권사의 추천에 의한 '성장성 평가 특례상장'이 추가되는데, 이 경우 상장주관사의 환매청구권 보장 의무가 붙는다. 일정 기간 동안 투자자에게 공모가의 90%를 보장해줘야 한다는데 증권사들이 과연 이런 부담을 지면서까지 무리하게 '성장성 있는 기업'을 적극 찾아나설지가 의문이다.
 
올해로 20돌을 맞은 코스닥 시장은 이미 시가총액과 거래규모로만 보면 나스닥에 버금가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좀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전반적인 접근을 필요로 하는 시점이 아닐까. 상장기업수 늘리기에 연연하기보다는 성장성 있는 기업 육성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우선 정부가 부르짖는 '창조경제'가 그저 구호에 머물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벤처기업, 스타트업 육성제도가 더욱 고도화되어야 하며, 코스닥 시장은 그런 기업들이 공개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장으로 자리잡도록 시장 안팎과 좀더 세밀하게 소통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또한 별개의 얘기지만 종목별 구분없이 최근 패시브(passive) 투자로만 일관하며 중소형주 팔자세를 주도하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 문제도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회의 인구구조마냥 시장도 그냥 늙어가도록 내버려둬서는 미래가 없다.
 
김나볏 증권부 코스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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