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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언제까지 발목 잡을 것인가

정주호 숭실대 법학과 초빙교수

2016-10-13 08:00

조회수 : 6,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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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의 혁신적인 은행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올해 말 출범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 준비법인과 K뱅크 준비법인은 올 11월 중 본인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본인가가 확정되는대로 한국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정주호 숭실대 법학과 초빙교수
 
이러한 과정만 보면 내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은 핀테크를 이용한 혁신적 금융모델로서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산업자본의 금융시장 진입을 엄격하게 규정하는 은산분리규제 때문에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고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에 있어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은산분리규제 중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의 10% 이상, 의결권 지분의 4%이상 보유하는 것을 금지한 은행법상 은산분리규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초기투자비용이 막대한 동시에 핀테크 및 빅데이터 활용기술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의 중심이 되는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기업 입장에서는 동일인 지분한도를 규제하는 은행법에 의해 경영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오너쉽에 따른 과감한 투자와 안정적인 운영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본인가 후 필요한 추가투자에 대한 자본증자 및 추가투자계획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K뱅크의 지분율과 카카오뱅크의 지분율을 볼 때 KT나 카카오는 단순한 지분참여 수준이다. 현행 은행법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금융과 IT융합을 목표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사실상 금융사 대주주가 주도하고 KT나 카카오는 고작 보조 역할에 그치는 수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목적에 대해 금융개혁 주요과제로서 우리나라의 발달된 IT인프라 활용, 이용자 수요 충족 및 금융서비스 수준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은산분리규제가 유지된다면 앞서 금융위원회가 공표한 정책의 달성이 요원해 질 수있다. 뿐만 아니라 본인가를 받게 될 K뱅크나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힘들어 진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그 특성상 산업자본 즉 ICT기업이 주도하게 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법인인 K뱅크의 경우 ICT기업인 KT가, 카카오뱅크의 경우 ICT기업인 카카오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각 IC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운영을 주도하면서 확보한 은행지분율은 K뱅크의 KT 8%, 카카오뱅크의 카카오가 10%에 불과하다. 현행 은행법(제16조2)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규정에 따라 KT와 카카오는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10%까지 지분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은 4%에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가능할지 모르나 경쟁력을 갖추고 영업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각 자본금 2500억원과 3000억원 수준이다. 때문에 본격적인 인터넷전문은행 영업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선 소수 지분을 가지고 있는 ICT기업이 대규모 자본확충을 하기 힘든 구조다.
 
ICT기업이 주도하지 못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ICT와 금융의 혁신적 결합을 통한 금융서비스 제공이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안정적인 시장진입과 활성화를 위해 은행법상 금산분리규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산분리완화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대주주의 사금고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동반부실 위험 등이 반대의 이유다. 그렇지만 이는 은행 대주주에 대한 각종 여수신 업무규제, 대주주에 대한 여신한도 규제, 대주주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 규제 등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는 이 같은 반대 여론에 대한 절충안으로서 은행법 개정이 아닌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형태의 은산분리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연내 법통과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본질을 은행업계의 혁신에서 찾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00년 장기 침체에 빠져 있던 일본은행업을 쇄신하고자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했고 중국 또한 ICT기업을 중심으로 은행 설립을 지원하며 국영은행 중심의 은행산업에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인터넷전문은행을 국내 금융산업 발전과 금융소비자 편익뿐만 아니라 해외진출 측면에서도 도입이 필요 하다는 판단 아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적인 정착은 은산분리규정 완화를 통해 ICT기업을 포함한 산업자본이 적극적으로 금융에 참여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혁신적인 핀테크 기술을 통해 경쟁력있는 금융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금융소비자는 수준높은 서비스를 제공받고, 낙후된 우리 금융산업은 규모와 질, 경쟁력 측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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