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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고은

'삼성합병 논란' 국민연금…기금운용 책임성 강화책 '봇물'

민간자문기구 의결권행사, 전문위 법제화…주주권 보호원칙 준수 의무도 부여

2017-01-0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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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재작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외압에 의한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문형표 전 장관(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구속되는 등 특검 수사까지 받게 되면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체계 개편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 장관 재임 당시인 2015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에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찬성하도록 하는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문 전 장관을 구속했다.
 
국민연금은 당시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 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검토 절차 등을 거치지 않았고, 한국기업지배구조원·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합병 반대 권고와 배치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결과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시켜주는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최근 삼성의 미르·K스포츠 재단 후원금 기부와 정유라 씨 등에 대한 승마훈련 지원 결정이 무관치 않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국민들의 노후자금이 사적 용도로 활용됐다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에 있어 공공성을 강화하고 유명무실했던 전문위원회의 위상과 권한을 높이는 방식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최근 제출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서 국민연금 기금 운용·관리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 등 내부규정을 통해 설치된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투자정책전문위원회 ▲성과평가보상전문위원회 등의 의사결정 지원 기구 설치 근거를 법률로 격상하고, 각급 위원회의 회의록 공개를 확대하도록 했다.
 
제 의원은 국민연금이 국민들의 노후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점을 감안해 기금 운용이 수익성 외에도 사회공익 달성을 위한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과 기금인사(기금운용본부장)을 국회청문대상에 포함하도록 제안했다.
 
새누리당 김승희 의원 역시 기금운용위원회 안에 주주권행사위원회를 설치해 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주주권 행사를 위한 기준과 방법, 절차, 사전 승인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할 수 있도록 하고, 위원회가 공시하는 주주권 행사 내용을 보다 자세하게 하도록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김 의원이 국민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단은 총 3018건의 의결권 관련 안 건 중 783건(배당, 정관변경, 임원 선임 및 해임 등)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의결권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친 안건은 전무한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 권미혁 의원과 개혁보수신당(가칭) 홍문표 의원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방식 중 하나인 '주식의 대여'가 투기적인 공매도에 활용되거나 이를 부추기지 않도록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각각 제출했다. 두 법안은 지난 9월 한미약품의 늑장공시와 공매도로 주가가 폭락,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국민연금의 공공성 강화 논의는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두된 주주행동주의 흐름과 맞물리며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말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의사개진과 주주권 보호 원칙을 담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공표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준수 여부도 주목을 받고 있다.
 
더미래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김기식 전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인적구성을 개선한다고 해도 사람에 따라 정치적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한 의결권 행사 기준을 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먼저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준수라는 방패를 활용해 외부 압력에 대항하라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특히 의결권 전문위원회 운영과 관련해 "국회가 윤리특별위원회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별도의 자문위원회를 설치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자문위의 결정을 존중하도록 한 것처럼 국민연금도 이제는 주요한 사안에 대해 반드시 전문위를 거치고 그 결정을 되도록 수용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 관계자들이 지난달 21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관련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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