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서울대공원을 찾았다. 떨어져 있는 낙엽을 가까이서 찍었다.
사람들은 흔히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어 한다. 세상에 부러울 것 없던 진시황도 늙어가는 것만은 막을 수 없었기에 그토록 불로초를 찾고 싶어 했을 것이다.
‘시들어 떨어진 것인가?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인가?’
뷰파인더를 통해 낙엽은 나에게 이렇게 묻고 있었다. 그리고 낙엽은 흘러가는 시간이 안타까워 카메라를 들이댄 나에게 자기는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놓아야하는 순간에 놓을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고귀함도 아니라고...
수많은 밤을 새며 시간이 지나감을 안타까워했던 나는... 윤동주의 시를 빌어 고백하건데, 그 어린 시절 어찌 그런 감정에 사로 잡혔던가. 낙엽이 나무를 놓아 겨울을 맞이하듯 인생도 하나의 놓아버림이라는 걸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지...
모든 행복은 마음에서 온다던 붓다의 가르침을 애써 상기할 필요까진 없겠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고, 욕망에 사로잡혀 바람처럼 흘려버린 세월이 한 가득이다. 시간의 흐름이 자신의 길을 가는 설레임의 시작이란 걸 받아들이는 순간이면 족하다.
photo by 최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