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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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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설선물, 주고 받고 주자

2017-01-24 17:18

조회수 : 3,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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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우리집은 명절이 되면 꼭 정육점에서 소고기를 사곤했다. 소고기는 신문지에 둘둘말려 윗집, 옆집, 고모네집, 큰집 등에 전해졌는데 배달꾼은 주로 나였다. 돌아오는 내 손 봉지안에는 햄, 식용유, 과일, 술 등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물종류는 다양해졌고, 형편에 따라 선물 가격이 달라졌지만 주고받는 것은 늘 같았다.
 
연례행사처럼 명절이 되면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음력 11일을 '춘절'이라 부르는데 그들도 선물을 주고받는다. ·담배, 보양식품, 육류 등 주로 먹거리 위주의 선물을 나눈다고 한다. 일본도 양력 11'오쇼가츠'라고 불리는 설날에 복주머니를 선물로 주고받는 풍습이 있다. 서로에게 복을 빌어주고, 감사를 표하며 정을 나누는 것은 어느 나라나 같다는 의미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턴가 일부 계층을 중심으로 명절을 이용해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고가의 선물을 뇌물처럼 주고 받았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유기도 하다. 문제는 김영란법의 취지가 뇌물성, 청탁성, 고가 선물을 주고받지 말라는데 있지 아예 안주고 안받자는게 아니라는데 있다.
 
이달 초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김영란법 이후 처음 맞는 설명절을 맞아 5만원 이하로 구성된 농축산물 설상품을 홍보하면서 소비자들이 많이 찾아주길 독려했다. 과대포장을 줄여 포장용기를 간소화하고, 중량도 줄이면 얼마든지 5만원 이하의 좋은 농축산품 선물세트가 그득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포장 박스에는 5만원 이하의 선물이라는 인증 스티커도 붙여 받는사람의 부담도 덜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막연하게 김영란법에 걸릴까봐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 법이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농촌진흥청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40%는 올 설선물용 농식품 구매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앞으로도 구매를 줄이겠다는 응답도 41.5%로 나타났다. 움츠러든 소비심리는 실적에서도 드러났다. 백화점 설 선물 매출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뒷걸음질 쳤으며 대형마트도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3.2% 감소했다.
 
우리사회에서 '안주고 안받는' 문화가 정착되려는 신호로 읽히는 대목이다. 설명절, 얼마 안남았지만 지금이라도 선물을 줄 사람에게는 주자. 김영란법 때문에 원래 설명절에 나눴던 '선물'이라는 정과 기쁨이 사그라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또 매출감소로 울고있는 농업인들과 소상공인들, 꽁꽁 얼어붙은 경기를 살리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물을 사서 좋은 사람, 받아서 고마운 사람. 종류와 가격이 달라졌을지언정 '주고받는 것은' 늘 같아야 하지 않는가.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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