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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현장에서)수 많은 아파트 중 아직도 내 집은 없다

2017-02-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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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TV드라마를 보면 뒷동산에 올라간 주인공이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며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이렇게 많은 아파트 중에 내 집은 하나 없네.
 
정부가 내놓는 통계수치만 보면 이미 10년 전 전국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 수치로면 보면 대한민국 모든 가정이 각 자 자신의 집을 소유하고도 남았어야 한다. 지역별로는 서울(96.0%)과 경기(98.7%)만 제외하고 모두 100%를 넘어섰다. 여기에 매년 40만가구 이상의 주택이 준공되고 있어 주택보급률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56.0%로 전체 국민의 절반을 조금 넘을 뿐이다. 연령대별로는 50(27.3%), 40(24.5%), 60(18.5%) 순으로 40~60대가 전체 주택소유자의 70.3%를 차지했다. 30대 이하 무주택 가구 비중은 36.3%에 달한다. 사회 각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은 주택 시장에서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2년 전세계약 만기 때마다 좀 더 가격이 싼 곳을 찾아 헤매는 신혼부부들과 수억원씩 하는 전세보증금을 구하지 못해 원룸을 전전하는 직장인들이 허다하다. 임금이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사이 집값과 전셋값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주거비 부담이 턱없이 높아진 탓이다.
 
그동안은 은행 대출을 보태 집을 사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가계부채 감축을 이유로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금리도 올라 이자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의 가장 큰 담보가 주택인 점을 감안하면 청년층은 은행이 믿고 돈을 빌려줄만한 담보도 없는 셈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8000여만원, 서울은 55480만원이다. 서울의 경우 3년 전에 비해 7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특히 강남구와 서초구는 아파트 한 채가 10억원에 육박한다.
 
3년간 아파트 가격이 이렇게 오르는 사이 29세 이하 가구는 제자리걸음, 30~39세 가구 소득은 2.6%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30세대가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하려면 16년 이상 꼬박 모아야 한다는 통계도 있다. 일반적인 소비를 하면서 구입하려면 40년 가까이 걸린다. 청년층 눈에 보이는 수많은 아파트는 모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제 사회 초년생의 꿈이자 신혼부부의 목표인 '30대 내 집 마련'은 말 그대로 꿈이 됐다. 일각에서는 20~30대를 주거취약 계층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부족하기만 하다. 정부에서는 전체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상 청년층에 도움이 되는 영구임대나 국민임대 공급은 오히려 줄었다.
 
그나마 공급된 물량도 자격요건이 까다로워 실질적인 입주가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임대주택의 경우 가구원 수가 많거나 거주 기간이 오래될수록 가산점을 받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1인 가구가 많은 청년층은 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경쟁 논리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주택시장이지만 딛고 오를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은 마련돼야 한다. 부의 양극화 현상 같은 사회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청년층을 위한 공공임대 등 실질적인 주택공급을 확대할 때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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