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승근

(물고기이야기)어족자원 회복이 시급한 '참조기'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서영일 박사

2017-02-03 08:00

조회수 : 7,385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조기는 예로부터 임금님 수라상과 제사상 등에 빠지지 않는 생선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의 기록을 보면, 머리뼈가 단단해 돌이 들어 있다는 의미의 석수어(石首魚)로 주로 기록돼 있다. 조기라는 이름은 중국의 '종어'에서 유래됐다고도 한다. 조기라고 불린 이후에는 사람의 기()를 돕는다고 해 조기(助氣)라고도 했다는 설도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서영일 박사
 
참조기는 민어과에 속하는 어류로 흑조기·부세·황강달이·민태·민어·수조기·보구치(백조기) 등 생김새가 비슷한 어류들이 많지만, 단연 참조기가 가장 고급어종이다. 특히, 부세와 황강달이는 몸 색깔도 황금색을 띄고 있어 조기로 혼동하기 쉽다. 최근에는 수입어종인 대서양산 긴가이석태가 '침조기'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시장에서 많이 팔리고 있는데, 이름도 유사하지만 맛과 형태도 참조기와 비슷해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참조기의 몸 빛깔은 등쪽은 회색을 띈 황금색, 옆줄 아래쪽은 선명한 황금색을 띄고 있다.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 발해만, 동중국해의 수심 40~160m의 모래나 펄인 곳에 주로 서식한다. 봄이 되면 난류세력을 따라 북상해 5월경에는 연평도 근해 및 발해만까지 이동, 산란을 했지만 최근에는 산란군이 감소해 추자도 부근에 머무르며 주 어장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 연구결과에 의하면, 발해만에 서식하던 무리가 남획으로 소멸된 것으로 보고됐다. 우리나라도 서해에 서식하는 참조기의 양이 급격히 줄어들어 서해 칠산 앞바다에 참조기가 풍어를 이뤘던 시기는 과거의 추억이 돼 버렸다. 산란기는 3~6월로 몸 크기가 30cm가 되면 약 3~7만개의 알을 산란한다.
 
우리나라의 참조기 어획량은 2000년에는 19630톤이었고, 이후 증가경향을 보여 2011년에 59226톤으로 가장 높은 어획량을 기록했다. 이후 최근까지 3만톤 내외의 어획량을 나타내고 있다. 추자도 주변수역이 참조기 주 어장이고 그물에 몸이 꼽히거나 감겨서 잡히는 자망어업으로 60% 이상이 어획되고 있다. 목포 주변 수역에서는 긴 자루그물을 닻으로 고정하고, 바닷물에 따라 들어오는 참조기를 잡는 안강망어업에서도 많이 잡히고 있다.
 
참조기는 중국에서도 매우 인기 있는 어종으로 알려져 있다. 황해뿐만 아니라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에서 대량으로 어획되고 있으며, 그 어획량은 우리나라의 10배에 달하는 약 30만톤을 어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서도 참조기 남획으로 인한 자원감소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데, 여러 연구결과에서 과거에 비해 참조기의 크기는 작아지고, 알을 낳을 수 있는 나이가 어려졌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어 참조기 자원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산란이 가능한 참조기 크기는 17~18cm(1.5)인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참조기 중에서 절반 이상이 몸 크기가 18cm미만이다. 다시 말해 어린 참조기를 많이 잡고 있는 것이다. 비싼 고급어종으로 알려진 참조기는 50마리 한 상자 당 500만원의 고가로 유통되고 있지만, 10cm 내외의 어린 참조기인 일명 깡치가 500마리 한상자당 2~3만원에 주로 거래되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적으로 값어치가 없는 어린고기를 잡아 자원을 소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참조기는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으며, 소화가 되지 않고 배가 불러오거나 복통, 설사, 체하거나 신경성 위장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순채와 같이 국을 끓여 먹으면 음식 맛이 나게 되고 기를 보한다고 해 산모의 미역국을 끓이거나 병약자를 위해 죽을 쒀 기운을 돋운다고 했다.
 
참조기하면 단연 떠오르는 게 굴비다. 고려시대 이자겸이 지금의 영광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무고하게 벌을 받았지만 대자연 속에서 자연의 맛을 즐기며, 비굴하지 않게 살고 있다는 것을 모든 이에게 알리고자 참조기를 말린 영광굴비를 인종에게 올렸다는 일화로 잘 알려져 있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말린 굴비를 물에 불렸다가 쪄서 먹거나, 쌀뜨물을 붓고 고추장찌개를 끓여 먹기도 한다.
 
굴비가 흔하던 시절에는 고추장에 절인 굴비장아찌를 만들어 먹었지만, 이제는 서민들이 즐기기에는 너무 비싼 물고기가 돼 버렸다.
 
  • 최승근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