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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 '80만 촛불민심' 타올라…올 들어 최대규모

15차 '촛불집회' 전국 80만6000명…전 주 대비 2배로 급증

2017-02-12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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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음력 정월 대보름인 11일, 전국 곳곳에서는 보름달과 함께 80만개의 ‘박근혜 탄핵 촛불’이 타올랐다. 지난 주 14차 촛불집회의 두 배에 달하는 인원이자 올 들어 가장 많은 인원이다.
 
촛불집회를 주최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8시50분 기준으로 이번 주말 15차 촛불집회에 전국적으로 시민 80만6000명이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영하권의 기온과 강풍에도 서울 광화문광장에만 75만명이 모였으며, 부산 2만2000명, 광주 1만5000명, 울산 4000명, 대구 3500명, 대전 1500명이 참여했다. 세종에서도 시민 150명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 2월 탄핵과 ‘국정농단’ 부역자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제15차 범국민행동의날(15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조기 탄핵과 특검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촛불’은 지난 14차 집회를 기점으로 다시 거세지고 있다. 설 연휴 전 13차 촛불집회에는 전국적으로 시민 35만명이 집회에 참여했으나 설 연휴를 마친 지난 주말에는 42만5500명으로 늘었다. 청와대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이번 집회 참여 인원이 전 주의 약 2배로 급증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면조사 거부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지연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15차 집회는 전날 사전집회인 '1박2일 16㎞ 대행진'으로 시작됐다. 소속 인원 300여명이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출발해 서초동 삼성 본관, 서울중앙지법 앞까지 행진한 뒤 법원 앞 삼거리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갔다. 이들은 다음날인 이날 오후 4시에 광화문 광장에 합류한 뒤 행진을 모두 끝냈다.
 
이날 오후 6시 시작된 본 집회에서는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 거부에 대한 강도 높은 규탄과 ‘2월 내 탄핵’, ‘특검수사기간 연장’,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퇴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총수 구속’ 등의 구호가 주를 이뤘다.
 
시민 발언대에서는 딸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 박춘명씨가 자작시 <박근혜에 고하는 8자시>를 낭독해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박씨는 “네 팔자나 국민 팔자 답답하기는 매한가지. 이젠 그만 많이 했다. 자리에서 내려오라”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어 “곳곳에서 많은 국민 대한민국 잘 되기를. 기본원칙 정정당당 깨끗나라 희망하니. 내려오면 대박이고 버티면 쪽박이다”라고 외쳐 박수를 받았다. 박씨는 또 “정책들은 서면보고 재벌들은 서면보고. 수첩인사 돌려막고 하나같이 허수아비. 국정교과 웬말이고 한일협정 웬말이냐. 사드배치 최선이니 길라임도 궁금하대”라며 박 대통령의 실정을 꼬집었다.
 
밴드 ‘뜨거운 감자’ 리더 김C는 본 집회 공연무대에 올라 "이 상황에서 불운한 뉴스일지 모르겠지만, 종착역이 아니라 시작에 가까운 것 같다"며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시민들을 위로했다.
 
본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오후 7시30분 1차 청와대 방면 행진에 이어 2차 헌재 방면 행진에 참여했으며, 오후 9시30분쯤 공식 행사를 마치고 귀가 했다. 이날 집회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성남시장 등 유력 대선후보들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주요 정치인들도 대거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했다.
 
퇴진행동 측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비롯한 범죄집단이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꼼수를 쓰고 특검을 음해하고 있다"며 "2월에는 박 대통령 없는 봄을 만들자"며 오는 25일 전국 촛불시민들의 광화문 집결을 호소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제12차 탄핵무효 태극기 애국집회' 참가자들이 탄핵 기각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도 이날 탄핵 기각을 촉구하며 세를 과시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50여개 박 대통령지지 단체들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12차 태극기 집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대한문 앞부터 을지로입구역, 서울광장, 플라자호텔까지 약 500m 구간을 가득 메웠다.주최 측은 참여 총 읜원이 210만명이라고 주장했다.
 
‘태극기 집회’에도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주요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조원진, 윤상현 의원이 박 대통령 지지자들과 함께 했으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참석했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도 집회에 참여했다.
 
태극기로 만든 망토를 두르고 나온 김 의원은 이날 발언대에서 “요새 분위기가 바뀐 것 알고 있느냐. 확 이미 뒤집어졌다”고 주장했다. 또 “국정농단을 한 것은 최서원이 아니고 고영태”라며 “이런 사람을 의인이라고 치켜세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며 야당 의원들을 공격했다. 이어 “특검 활동이 이번 달이면 끝난다. 앞으로 18일이면 충분하다. 특검팀은 수사 대상도 아닌 블랙리스트를 수사하고 밤샘조사하고 3족을 멸한다고 폭언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분위기가 안 될 것 같으니까 특검법 개정안을 통해 수사기간을 연장하려 한다. 그런데 국회 법사위에 누가 있느냐. 저를 밟고 가라 절대 안 된다”고 특검법 개정안 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이와 함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수사기간을 연장할 것이 아니라 특검팀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오후 4시쯤 1부 집회를 마치고 “국정농단 조작, 거짓탄핵 원천무효, 탄핵선동 국회해산” 등을 외치며 숭례문 방향으로 행진했다. 이어 2부 집회를 연 뒤 오후 9시쯤 공식 집회를 마쳤다. 주최 측은 오는 3월1일 탄핵기각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준비 중이다.
 
경찰은 이날 양측 집회 시민들의 충돌 대비와 질서유지를 위해 196개 중대 1만5600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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