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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이름값 못하는 대기업 제약사

시장 영향력 미미…업계 중상위권 그쳐

2017-02-1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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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기업 계열 제약사들이 내수 시장에서 중상위권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업계에 진출한 대기업은 삼성, LG(003550), CJ(001040), 코오롱(002020), KT&G(033780) 등이다. 한화(드림파마)와 아모레퍼시픽(090430)(태평양제약)은 2013년과 2014년 제약 계열사를 매각해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들 대부분은 20~30년의 업력을 보유하고 있다. 1980~1990년 무렵 신수종 사업으로 판단해 제약 계열사를 설립했다. 하나같이 글로벌 신약 개발이 목표였다. 하지만 대기업이 뛰어든 다른 산업에 비해 시장 지위와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LG화학(051910) 생명과학본부(옛 LG생명과학)가 5323억원, CJ헬스케어가 5143억원을 기록했다. SK케미칼(006120) 제약사업부는 3319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2946억원, KT&G 계열사 영진약품(003520)은 1931억원,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은 1582억원이다.
 
제약업계는 전통 제약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유한양행, 녹십자가 1조원을 돌파했다. 광동제약(009290), 한미약품(128940), 종근당(185750), 대웅제약(069620) 등 제약사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대기업이 제약 산업에서 부진한 이유는 의약품 시장의 특수성을 간과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약품은 정부 규제가 많아 시장 진입 장벽이 높다는 특성을 보인다.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도 어렵다. 신약 1개를 개발하기 위해선 10년 동안 300억~50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전세계에서 팔리는 글로벌 신약의 경우 1조 이상이 개발 비용으로 사용된다. 변수가 너무 많아 신약 개발에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은 4000~1만분의 1에 불과하다.
 
신약 개발의 높은 불확실성과 투자 부담 등으로 그룹 차원에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사업 형태도 단순 복제약과 내수 영업 위주에 그쳤다.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영업 기반을 갖춘 전통 제약사들과 경쟁에서도 밀렸다. 기존 제약사와 사업 형태가 차별화되지 않아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대기업 계열 제약사는 체질 개선과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삼성이 2010년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제약산업에 진출한 게 요인이 됐다는 시각이다. 삼성은 제약사 설립과 생산시설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다. LG화학은 LG생명과학을 올해 초 흡수합병했다.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위해 매년 3000억~5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SK케미칼은 의료기기 회사 등을 매각하고 백신사업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KT&G는 제약 계열사인 영진약품과 KT&G생명과학을 합병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3~4년 전만 해도 대기업 제약사들이 연이어 철수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신수종 산업으로 정하고 자본력을 내세워 전폭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국내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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