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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국내 대형로펌 소속 '어소 변호사' 3명 최근 과로사

살인적 업무로 건강 악화…변협, 대형로펌에 근무환경 개선 촉구

2017-02-2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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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가 20일 성명을 내고 국내 대형로펌들에게 고용변호사(소속 변호사)의 근무환경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대한변협은 물론이고 변호사 단체가 대형로펌들을 직접 겨냥해 근무환경 개선을 문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1~2년 사이 우리나라 유력 대형로펌에서 30대 젊은 변호사가 3명이나 과로사 한 것이 이번 성명의 배경이다. 대한변협과 로펌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국내 ‘빅6’에 랭크된 대형 로펌 3곳에서 각 소속변호사(어소시에이트 변호사, Associate Lawyer)가 1명씩 과로사 한 것으로 확인됐다. 3곳 모두 이름만 대면 법조계 아닌 일반인들도 알고 있는 곳이다.
 
대형로펌은 대표 변호사를 제외하고 직급이 크게 두 개로 나뉜다. ‘파트너 변호사(구성원 변호사)’와 ‘어소시에이트 변호사’가 그것인데, 로펌 체계가 영미계에서 넘어온 것이기 때문에 우리말 ‘구성원변호사’와 ‘소속변호사’가 아닌 ‘파트너’와 ‘어소’로 지칭한다. ‘어소’는 어소시에이트의 준말이다.
 
이른바 ‘빅6’라고 하는 우리나라 대형로펌의 경우 ‘어소’ 변호사의 월급은 800만원 이상으로, 일반 개업 초임 변호사나 법률사무소 고용변호사보다 월급이 통상 2배 이상 많다. 그러나 그만큼 일에 치인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거나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뒤 대형로펌에 갓 들어간 변호사들은 물론 4~5년차 되는 변호사들도 어쩔 수 없는 술자리 나왔다가도 자정쯤이면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일하는 경우가 일상화 돼있다.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렇게 평균 10년을 해야 파트너 변호사가 된다. 파트너 변호사는 통상 ‘어소 변호사’ 2~3명을 데리고 일한다. 법원으로 말하면 부장판사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월급은 어소 변호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파트너들은 ‘일감 가져오기’에 치여 곤죽이 되곤 한다.
 
이날 대한변협도 “대형로펌의 고용변호사들은 보통 평일에는 새벽 3~4시까지 일하고도 다시 아침 9~10시에 출근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고 주말에도 근무해야만 겨우 맡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례가 많다”며 “최근 대형로펌의 몇몇 고용변호사가 과로사 한 이유가 사실은 이 같은 비인간적인 근무환경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변협은 “대형로펌들은 지난 몇 년간 수십 명씩 변호사를 채용하며 과도할 정도로 몸집 불리기 경쟁을 해왔으나 최근 그 후유증이 나타나면서 저마다 긴축 경영에 나섰고 대형로펌들이 사실상 로펌 간 그리고 로펌 내 고용변호사 간 무한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며 “고용변호사가 일상생활을 포기하고 심지어 건강과 생명마저 위협받는다면 이는 근로착취이자 인권유린”이라고 비판했다.
 
변협은 이어 “대형로펌들은 최소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을 준수해 근무환경 개선에 즉각 나서라”며 “고용변호사들에 대한 근로착취, 인권유린을 중단하고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올해 어소 변호사에서 파트너 변호사가 된 한 대형로펌의 A변호사는 “청년 개업변호사는 물론 웬만한 전관 개업 변호사들도 모두 사정이 어려워 말은 못하고 있지만 대형로펌 어소 변호사들이야말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며 “‘포기하면 낙오자’라는 생각 때문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어소 변호사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로펌에서 어소 변호사로 근무 중인 B변호사는 “힘들면 개업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일단 발을 들이면 파트너급이 되기 전까지는 죽어도 붙어 있어야 개업이라도 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격차가 있는 급여가 현실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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