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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된 무인민원발급기

지문 인식 오류…외국어·장애인 배려도 부족

2017-03-05 15:49

조회수 : 1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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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용준기자] #1. 지난 3일 오후 3시쯤 서울지하철 2호선 합정역 지하에 있는 무인민원발급기를 찾은 이모(68·여)씨는 20분 넘게 서류를 발급받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지문 인식 절차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속 재인증을 요구받았던 이씨는 상기된 얼굴로 “은행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간편하다고 와서 이게 무슨 고생인줄 모르겠다”며 “결국 동주민센터로 가야겠다”고 발길을 돌렸다.
 
#2. 많은 민원인이 찾는 서울시청 1층 무인민원발급기는 잦은 지문 인식 오류 탓에 A4용지에 손가락 인식하는 방법을 그림으로 그려 붙여놓고, 가까운 소공동주민센터 위치도 함께 안내하고 있다.
 
한 민원인이 지문 인식으로 어려움을 겪자 민원도우미가 다가와 ‘엄지에 입김을 불어봐라’, ‘손을 비누로 깨끗하게 씻고 와라’ 등의 요령을 알려줬지만 모두 소용없었다.
 
민원도우미는 “손을 씻고 오면 인식이 되기도 하지만, 아예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주민등록등본 등은 시청에서 발급하지 않아 동주민센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문 인식 오류는 쉽게 볼 수 있는 일로, 연말정산 직전이나 매달 말일 등 민원 수요가 많은 시기에 동주민센터를 가보면 무인민원발급기 앞에는 사람이 없고, 창구 앞에만 수십명이 줄을 설 정도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무인민원발급기 장애 1만4040건 가운대 지문 인식을 포함한 인증기 장애가 6949건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문 인식률을 높이고자 새로운 인식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기존 무인민원발급기에 적용하려면 프로그램, 혹은 무인민원발급기 자체를 교체해야 한다.
 
문제는 지문 인식 오류 뿐만이 아니다. 서울시에 등록 외국인이 27만여명에 달하지만, 무인민원발급기에는 일부 영문용 문서만이 발급될 뿐, 실제 외국인 이용을 위해 한국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로 이용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또 장애인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시각·지체·청각장애에도 무인민원발급기를 이용 가능하도록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부 무인민원발급기만이 이용 가능할 뿐 이들조차 실제 장애인 이용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
 
각 자치구에서 설치·운영하는 무인민원발급기는 2002년을 계기로 전국에 급증하면서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에 501대를 운영하고 있다.
 
집 근처 가까운 곳에서 24시간 이용이 가능한데다 인력 배치 없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한때 유행처럼 번졌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가정이나 사무실 등에서 바로 발급 가능한 민원24에 밀리는 모양새다.
 
간편하게 통장에서 출금·이체가 가능한 ATM(현금인출기)이 인기를 끌면서 너도나도 설치하다 지금은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이 확산되며 구석으로 밀려난 것과 비슷한 이치다.
 
게다가 1대당 2000만원 가량 들어가는 설치비용과 프로그램 교체 비용, 유지관리비, 보수·교체비용 등은 자치구에 부담으로 작용해 이러한 문제 개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은 다른 지역에 비해 무인민원발급기가 많이 설치됐지만, 자치구에서 부담하는 관리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며 “이용 불편은 알지만 민원24 이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교체·확대하기엔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1층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 잦은 지문 인식 오류 탓에 A4용지로 이용 안내가 붙여져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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