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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재판관' 퇴임…'겸손·배려' 남기고 떠나다

이정미 권한대행, 헌정사상 정당해산·탄핵 모두 심판 '유일'

2017-03-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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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이우찬기자]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지난 10일 탄핵 결정으로 18대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 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헌법재판소장 대행(재판관)이 13일 퇴임한다. 대전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11년 3월12일 만 49세라는 최연소 재판관으로 취임한 뒤 헌법상 임기인 6년을 모두 채웠다.
 
이 권한대행이 사회적으로 본격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이번 탄핵심판에서 재판장을 맡으면서이지만, 그는 최연소를 비롯해 ‘유일’이라는 타이틀을 여러 개 갖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당해산심판과 대통령 탄핵심판을 모두 심리한 헌정사상 유일한 헌법재판관이다. 2014년 12월19일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당시에는 주심 재판관을 담당했으며, 이번 탄핵심판에서는 재판장을 맡았다.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2번 맡은 인물도 이 권한대행이 유일하다. 그는 국회파행으로 이강국(72·사시 8회) 헌재소장의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채 퇴임한 뒤인 2013년 3월, 당시 소장권한대행을 맡았던 송두환 재판관 마저 퇴임하면서 25일 권한대행으로 선출됐다. 재판관 취임 2년만이었다. 권한대행을 맡은 여성 재판관도 이 권한대행이 처음이었다.
 
임기 중 주요사건 결정을 살펴보면 이 권한대행은 재판관들 중 보수성향으로 분류된다. 전교조 법외노조근거법과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성매매처벌법, 사법시험폐지, 남성병역의무 부과에 대한 기본권 침해여부에 대해서는 합헌을, 간통죄 처벌조항에 대해서는 위헌 의견을 냈다. 주심 사건인 통진당 해산심판에서도 해산 의견을 냈다. 통진당 해산심판에 대한 결정을 두고는 여러 평가가 나온다.
 
박한철(64·사시 13기) 전 헌재소장이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중 퇴임하고 이 권한대행이 재판장을 맡으면서 김평우 변호사 등 대통령 대리인단은 노골적이고 비신사적으로 이 권한대행과 재판부를 공격했다. 모욕에 가까웠다. 이 권한대행은 본인에 대한 인신공격에는 뒷목을 잡기는 했어도 강하게 반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강일원 주심 재판관을 국회 수석 대리인이라고 비난하자 “언행을 조심하라. 수석 대리인이란 말은 감히 이 자리에서 하면 안 된다”고 단호하고 가차없이 경고했다. 지난달 27일 변론종결 직전 공개 살인 협박이 있었지만 휴일이 끼어있는 24~26일에도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으면서 헌재에 출근해 탄핵심판 기록 검토에 박차를 가했다.
 
헌재 관계자들 대부분은 이 권한대행에 대한 평가로 ‘겸손함과 배려’를 가장 먼저 꼽았다. 헌재 간부 중 한 사람은 “이 권한대행은 직원들이 인사할 때 직원들 보다 허리를 더 굽힌다”고 말했다. 한 연구관은 “연구관이 보고를 들어갔다가 나올 때면 꼭 문 앞까지 마중을 나와 격려한 뒤 당신께서 스스로 방문을 닫으셨다. 연구가 덜 된 보고에 대해서도 싫은 내색을 하신 적이 없다. 토론 중 여러 사람이 각기 다른 주장을 하면 다 똑같이 폭 넓게 수용하셨다”며 “이 권한대행과 관련해서는 배려와 겸손이 가장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러 연구관들도 비슷하게 말했다. 이번 탄핵심판에서도 이 권한대행은 막무가내인 대통령 측 대리인들의 발언을 초인적인 인내로 버텨가면서 들어줬다.
 
또 다른 연구관은 “이 권한대행을 언론에서 이야기 할 때 여성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는데 이는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탄핵심판 기록이 6만5000쪽이었지만 주심을 맡은 통진당 해산심판 때에는 3배 이상이었다”며 “그 많은 자료를 얼마나 꼼꼼하게 검토했는지 보고하러 들어가면 집무실 책상과 바닥에 정리된 자료가 한 가득이었고 그것을 하나하나 검토하고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 연구관 말대로 이번 탄핵심판에 제출된 자료는 사건 기록만 6만5000쪽이다. 증거자료를 포함해서다. 기타 탄원서등은 A4용지 박스로 40개 분량이 제출됐다. 그래도 이번 사건에 제출된 자료는 수사기록 등으로 글자 크기나 인쇄상태가 양호했다. 통진당 해산심판 사건 심리 때는 제출된 자료가 10년 이상 된 작은 인쇄물부터 책자 등이 상당수였다. 양도 많았지만 글자가 작아 실제로 치면 이번 탄핵심판 보다 자료가 5배 이상은 많았다는 것이 헌재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 권한대행은 탄핵심판 선고 당일 ‘핑크색 헤어롤’ 2개를 뒷 머리에 그대로 달고 나와 화제가 됐다. 누리꾼들은 탄핵선고 뒤 동그란 모양의 헤어롤 두 개가 '인용'의 초성만 딴 것이라거나, 인용 의견 수인 '8대 0'의 암시였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헌재 쪽에서는 당일 이 사진이 화제가 되자 기자들에게 해당 사진사용을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자칫 이 권한대행의 모습이 희화화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기우였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해당 사진이 게재 된 기사 댓글에는 ‘우리 엄마도 자주 저러고 출근한다’, ‘얼마나 집중했으면…’이라는 우호적 평가가 많았다. 외신들도 토픽으로 다뤘다. 미국 AP통신은 이날 머리 위에 핑크색 헤어롤 두 개를 얹은 이 권한대행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한국인 여성 재판관이 자기 일에 헌신하는 여성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찬사를 보냈다. 정작 이 권한대행은 어땠을까. 그냥 웃고 넘겼다는 것이 헌재 관계자들의 말이다.
 
“저희 재판부는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이루어지는 오늘의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이 종식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어떤 경우에도 법치주의는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 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이 권한대행이 탄핵심판 선고 전 한 말이다. 헌재소장 권한대행이자 재판관으로서 마지막 발언이다. 퇴임식은 13일 오전 11시 서울 재동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다.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하고 있다.
 
 
최기철·이우찬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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