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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현장에서)트럼프발 '관세 폭탄' 예상 못했나

2017-03-1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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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가 미국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잇따르고 있는 반덤핑 과세 조치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한국산 철강제품인 인동에 대해 예비판정의 두 배가 넘는 관세 폭탄을 맞은 데 이어 이달 초에는 후판에 최대 2%가 넘는 관세를 물게 됐다. 인동의 경우 다음달 미국 ITC의 산업피해 최종판정이 남아있지만 앞선 결정을 뒤집기는 힘들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갈수록 강화되는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철강업계는 속앓이만 깊어졌다. 사실 이는 예상 가능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안이함에 대한 지적도 이어진다. 트럼프와 경쟁을 펼쳤던 힐러리 측에서도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보호무역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미 대선이 양강 구도로 치러졌다는 점에서 변화될 정책과 시장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선제적 대응력을 길렀어야 했다.
 
업계에서도 통상 대응에 대한 준비가 소홀했다는 점을 자각하고 있다. 철강협회를 이끌고 있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10일 간담회에서 "10여년간 통상 문제가 없다보니 내부적으로 소홀히 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며 안일함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 통상 전문가를 양성하고, 미국 워싱턴에 통상 사무소를 개소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새겨들어야 할 말도 있다. 바로 통상 전문가의 부재다. 미국 우선주의에 근거해 유리한 증거만 들이미는 미국 정부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전무하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온다. 그간 업계에서는 통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을 으뜸으로 쳤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그런 대응이 의미가 없다. 예방만으로는 꼬투리를 잡아 불리한 증거들만 내미는 상대국의 공세를 피하기 어렵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만 치중, 이 같은 위기는 처음이라 대응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업계의 변명도 설 자리를 잃었다.
 
지금부터라도 체질 강화와 함께 대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 장기간 부진에 빠져있는 조선업을 비롯해 주요 철강 수요처인 건설업의 전망도 밝지 않다. 내수 한계에 대응할 방법은 수출뿐이다. 잘 만드는 만큼 잘 파는 일도 중요하다. 피땀 흘려 만든 제품이 홀대 받지 않고 세계무대를 누빌 수 있도록 통상 전문가를 영입하고 대응 논리도 개발해야 한다. 정부 탓만 하며 한숨 쉬기에는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한 번으로 족하다.
 
산업1부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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