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는 이번 캠페인에 사용될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 대선후보가 국민들에게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캠프가 21일 발표한 ‘국민이 만드는 대선공약, “내가 대통령이라면” 캠페인’ 자료의 일부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국민 정책 공모를 위해 ‘국민이 만드는 대선공약 캠페인’을 시작한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문 후보의 휴대전화로 문자만 보내면 된다.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괜찮다.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문자를 사용함으로써 60대 이상 어르신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문재인 후보는 이번 캠페인에 사용될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 대선후보가 국민들에게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캠프에서는 휴대폰 번호(010-7391-0509)를 공개했습니다.
언뜻 보면 문 후보가 자신이 평소 사용하는 휴대폰 번호를 공개한 것으로 보이기 십상이지만 사실은 다릅니다. 문 후보 캠프 전병헌 전략기획본부장은 ‘휴대폰을 후보가 직접 들고다니는 개념인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휴대폰에 올라오는 글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진 ‘후보의 휴대전화 번호라는 것은 상징적인 것인가’는 질문에는 “실제 후보 명의 휴대폰을 개통했다”고 빠져나갔습니다.
더구나 해당 핸드폰은 ‘나이에 상관없이 문자로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캠페인 성격에 맞게(?) 전화 착신금지를 해놓은 상황입니다. 혹여 문 후보의 목소리를 듣고자 해도 해당 휴대폰을 통해서는 불가능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에 이르는 동안 부지기수로 불통 논란이 일었던 점을 감안했을 때 ‘국민과 소통하는 대선후보’ 이미지를 주고 싶어하는 마음, 십분 이해합니다. 이렇게 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문 후보에게 전달되고 실제 공약과 집권 후 정책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캠프에서는 이날 발표 후 7시간 만에 '국민이 만드는 공약' 제안건수가 1만900건이 접수됐다며 의미를 부여합니다.
다만 ‘문재인이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공개했다’는 캠프 측 설명에는 무리가 따라 보입니다. 대선주자 급 인사가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온 국민들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입니다.
보여주기식 소통에 목맬 것이 아니라 캠프 내·외에서 누구나와 활발하게 대화한다는 입소문이 나는 것이 더 좋은 효과를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18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NC백화점 롯데시네마를 방문, 원전 재난을 다룬 영화 '판도라'를 관람하기 전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정경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