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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빅데이터 좋아하다 '빅브라더' 나온다

2017-04-04 17:48

조회수 :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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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케이뱅크의 등장에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K뱅크는 25년 만에 처음 나오는 은행이다. 게다가 그냥 은행도 아니고 점포 없는 인터넷은행이다. 비대면, 빅데이터, 핀테크 등 최근 급부상한 키워드를 다 담아낼 수 있을 정도로 케이뱅크의 출범은 의미심장하다. 기존 은행들도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케이뱅크는 비대면 서비스만 전문으로 제공한다. 기존 은행도 빅데이터를 구축했지만, 케이뱅크는 비식별조치를 통해 이종 업종간 정보를 아예 융합해 빅데이터를 제공했다. 제도권 은행의 빅데이터가 혼합물이라면, 케이뱅크의 것은 화합물이다. 기존 은행이 IT기술을 끌어와 핀테크를 했다면, 케이뱅크는 IT가 금융을 끌어들여 같은 핀테크라도 기술의 농도가 더 짙다. 이렇게만 보면 케이뱅크는 4차산업 혁명 시대에 맞는 환상의 은행이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빅데이터 때문이다. 빅데이터는 말그대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말하는 데, 이게 모이면 기업은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고객의 위치정보, 음식 취향, SNS 댓글, 연소득 정도 등을 분석하면, 고객이 좋아할 만한 식당을 지나갈 때 바로 휴대폰으로 관련 정보를 띄워줄 수 있다.
 
그런데 이게 개인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 각종 정보를 융합하면 내 애인도 모르는 내밀한 개인 취향을 기업이 먼저 알 수 있다. 부모님도 잊어버린 내 생일을 기업이 기억해 생일축하 문자를 보내주고, 받고싶은 선물의 할인 쿠폰을 제공할 수도 있다. 심지어 내가 탕수육이 먹고 싶을 때, 그걸 미리 안 요식업체가 음식을 문 앞에 놓고 가는 것도 상상해 봄직 하다. 편할것 같긴 한데, 기업에 조종당한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기업의 손에 들어간 개인 정보 덩어리(빅데이터)는 잘 못하면 악용될 수도 있다. 기업끼리 이 정보를 사고팔수도 있고, 그러지 않는다 해도 유출될 위험도 있다. 힘있는 기업이 개인정보를 끌어모아 전국 단위의 빅데이터를 만든다면, 이는 마케팅을 넘어 고객을 은연 중에 통제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빅데이터가 빅브라더로 바뀌는 순간이다.
 
이런 우려 탓에 국내 시민단체들은 빅데이터 구축시 완벽한 익명화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어느 나라를 봐도 완전한 익명화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어디까지를 개인정보로 볼 것인지에 관한 견해도 천차만별이다. 중국의 경우 일단 성장하는 게 중요하니, 개인정보의 정의를 좀 느슨하게 내리고 유럽이나 미국은 그것보단 강하게 규제하는 편이다. 결국 개인정보의 정의와 빅데이터 활용 수위는 어떤 정답이 있는게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빅데이터 논의가 너무 기업과 정부 위주로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 정보의 주체인 '개인'은 어디에도 없다. 빅데이터 컨퍼런스나 학회는 일부 지식인들과 정부 고위 인사들이 모여 쑥떡대는 그들만의 리그다. 빅데이터 운운하기 전에 먼저 그 안에 속에있는 개개인의 인권을 생각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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