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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이 비행기는 서울로 못갑니다"

2017-07-0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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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이라크 방문, 적절치 않다(한겨레, 2004년 12월9일치)
 
[한겨레] 노무현 대통령이 유럽 세 나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이라크 에르빌에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 부대를 ‘깜짝 방문’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이역만리 전쟁터를 찾아온 대통령의 예상 못한 출현에 현지 장병들이 놀라고 감격스러워 했을 것은 당연하다. 국군 통수권자로서 어린 장병들을 만나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은 미덕으로 비치기도 한다.

노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은 다목적 효과를 노린 행사다. 무엇보다 한-미 동맹을 과시함으로써 북한 핵 문제를 푸는 데 주도적 구실을 할 입지를 넓히겠다는 뜻을 담고 있을 터이다. 이라크 침공에 대한 현지 저항세력의 반발과 국제적 비난으로 곤경에 처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지원함으로써 반대급부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발언권을 높이겠다는 것이리라. 국내적으로도 한-미 갈등을 과장하는 한나라당의 정치 공세를 막는 데 이번 방문은 크게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은 이에 못지않은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정당하지 못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드러내 놓고 옹호하고 지원하는, 결정적 잘못을 안고 있다. 미국의 압력에 밀려 마지못해 ‘평화·재건’이란 구호를 내세워 이라크에 파병했다는 일말의 ‘동정’조차 받을 여지를 없애버렸다. 대통령의 방문으로 현지 저항세력의 반발심을 자극해 장병들의 안전을 거꾸로 위태롭게 하는 역효과가 나지 않을지 걱정된다. 노 대통령이 내심 기대하는 부시 대통령의 호감이 북한 핵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미국의 정책적 협조로 직결될 것이란 생각도 일방적 바람이나 환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부시 정부의 행태를 보면, 챙길 것은 챙기고 말치례 차원의 의례적 답례를 하면서 정작 근본적 문제 해결에는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이라크 파병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국회의 파병연장 동의안 처리 저지에 나서는 의원들은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에 힘이 빠지거나 기가 꺾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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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8일 유럽 순방 후 귀국길에 이라크 아르빌 지역에 주둔 중인 자이툰부대를 전격방문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사막 전투복을 입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저 멀리 이국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는 모습, 우렁찬 장병들의 환호와 함성, 한 사병과의 뜨거운 포옹, 그리고 벅찬 감격에 눈물을 훔치는 노 대통령. 이를 지켜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진 국민도 많았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여러분이 흘린 땀이 대한민국의 외교력이고 힘이다”고 했다. 적실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이라크 파병결정은 우리나라의 국익과 위상 증대를 위한 합리적인 결단이었음이 노 대통령의 이 언급으로 거듭 확인됐다고 믿는다.

굳이 자이툰 부대 격려방문의 정치·외교적 효과를 따지자면, 이번 방문은 국정최고책임자이자 국군 통수권자인 노 대통령에 대해 가졌던 일반의 불만·불신·오해가 상당히 씻어지는 계기가 됐음직하다. 당당한 명분의 파병이었음에도 쉬쉬하듯 파견된 장병들도 크게 고무됐을 것이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이 이번 유럽 순방기간중 한·미간 마찰과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드는 듯했던 발언들로 적잖은 국민이 걱정했지만, 이번 이라크 방문으로 인해 한·미 동맹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회에서는 일부 여당 의원들이 파병기간 연장 반대에 가세하고 있으니, 언제쯤 이들도 국제정치와 국가이익의 본질에 대해 올바르게 깨달을 수 있을지 답답하다.

노 대통령은 “남은 문제는 대통령이 잘해달라는 것”이라며 “저도 잘하겠습니다”고 했다. 이 대목 역시 정곡을 찌르는 지적이다. 듣기 나름으로는 노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걱정이라는 민성에 대한 화답인 듯싶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대통령으로서 정말 잘해주길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이번에 장병들을 포옹하며 위로·격려했던 그 뜨거운 열정으로 특히 국민화합을 위해 앞장서기 바란다. 국민화합과 국가발전을 위한 새로운 출발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노 정권에 다시한번 걸어보는 기대가 무너져서는 결코 안된다. “저도 잘하겠습니다”라는 노 대통령의 다짐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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