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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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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진실이 이끄는대로…"반갑습니다. 최기철입니다."
(시론)대법원장 권한 축소에서 시작되는 사법개혁

2017-07-1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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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대상 블랙리스트를 중심으로 사법개혁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렸다. 법관들은 법관 대상 블랙리스트에 대한 진상조사와 법관대표회의 상설화를 주장했다. 6월28일 양승태 대법원장은 블랙리스트 재조사는 거부하고 법관대표회의 상설화는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법원장과 법관들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현안은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다. 법관 대상 블랙리스트가 있다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법원은 먼저 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를 철저하게 가려야 한다. 만일 대법원장의 말처럼 존재하지 않는다면 합리적 의심이 없을 때까지 그 부존재를 증명해야 한다. 나아가 블랙리스트 존재 의심 자체를 해소시켜야 한다. 블랙리스트가 생겨날 수 있는 제도, 환경, 문화, 인사까지 모두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블랙리스트 존재는 사법부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 개인의 독립으로 완성된다. 사법부의 독립은 사법부라는 기관이 행정부, 입법부 또는 기득권 카르텔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사법부 독립은 법관 개인의 독립을 위한 출발점일 뿐이다. 재판을 하는 것은 오로지 개인 법관이다.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제103조)고 이를 확인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존재는 헌법에서 규정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다.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고 양심을 왜곡시킴으로써 사법정의를 왜곡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번 블랙리스트는 사법부가 만든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법관 개인의 독립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사법부가 오히려 법관의 독립과 양심을 침해한 것이다.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만일 블랙리스트를 사법부 고위층이 만든 것이 사실이라면 대법원장만이 아니라 법원행정처, 사법부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 블랙리스트를 만들도록 지시한 인물, 만든 인물, 관리한 인물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 나아가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관리할 수 있었던 제도, 환경, 문화까지도 모두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블랙리스트는 법원 문제의 부분일 뿐이다. 블랙리스트가 가능하게 된 근본 이유는 따로 있다. 법원이 철저히 관료적으로 구성되어 대법원장이 법관 인사 등 모든 행정을 독점하는 것이 근본 이유다. 당장의 문제는 블랙리스트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법관의 독립과 양심을 침해한 것이고 그 뿌리에는 대법원장의 집중된 권한이 있다.


블랙리스트에 대한 대응은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사법개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시키지 않으면 법관 개인의 독립과 양심을 지킬 수 없고 나아가 사법부를 통한 사법정의와 인권 수호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대법원장의 권한 분산을 위해서는 크게 3가지 방책이 있다.


첫째, 대법원장의 인사권 축소. 대법원장은 대법관 인사제청권, 판사 전원에 대한 인사권, 헌법재판관 3명 지명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3명 지명권,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3명 지명권, 국민권익위원회 위원 3명 추천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 1명 추천권 등을 가지고 있다. 막강한 인사권이다. 헌법과 법률이 법관들로 하여금 대법원장의 눈치를 보도록 만들어 놓았다. 대법원장에게 헌법기관, 행정기관의 구성원을 지명, 추천하는 것은 법체계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 대법관 수의 확대와 구성의 다양화. 현재 대법관 수는 사건 수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하다. 대법관 1명당 1년에 약 3000건을 처리해야 한다. 일요일 빼고 토요일 포함하여 하루에 10건씩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대법관들의 성향도 획일적이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구성이 다양화되어야 한다. 대법관이 늘고 구성이 다양화되면 대법원장을 견제할 수 있다. 이번 대법관 제청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평생을 바쳐온 김선수 변호사가 제청되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셋째, 사법행정은 지방으로 분권되어야 한다. 재판은 중앙집권적이지만 사법행정은 지방분권이 가능하다. 다만 상상력과 연구가 부족할 뿐이다. 한국 발전 전략중의 하나인 지방분권에도 부합한다. 사법이 지방분권되면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수장이지만 상징성만 갖는다.


이상의 3가지 방책을 시도하면 대법원장의 권한은 크게 축소되고 근본적인 사법개혁의 초석을 만들 수 있다. 블랙리스트로 촉발된 법관의 독립과 양심, 사법부 바로세우기 노력이 더 넓고 더 큰 사법개혁이라는 바다로 나가기를 바란다.


김인회 인하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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