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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검찰, 노숙자 이용 대포통장 유통 조직원 대거 기소

총책·모집책·관리책·알선책 등 총 31명 적발

2017-07-1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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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를 이용해 대포통장을 만들어 유통한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용일)는 대포통장 유통 조직원 총 31명을 적발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16명을 구속기소, 14명을 불구속기소, 1명을 기소중지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2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노숙자를 모집해 합숙시킨 후 노숙자 47명 명의로 유령법인 119개를 설립하고, 유령법인 명의로 대포통장 1031개를 발급·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총책을 비롯해 노숙자 모집책, 노숙자 관리책, 총책과 보이스피싱 사범·스포츠토토 사이트 운영자를 중개하는 대포통장 유통 알선책 등으로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하고, 서로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다.


노숙자 모집책 양모씨 등 2명은 서울역 등지에 있는 노숙자에게 접근해 돈과 숙식 제공을 미끼로 유인한 후 총책 손모씨에게 노숙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고, 손씨는 신용상태를 확인해 사업자 설립이 가능한 노숙자만 넘겨받은 후 원룸 등에 합숙시키면서 건실한 사업가인 것처럼 변모시켜 유령법인 설립과 통장 개설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손씨는 대포통장 1개당 50만~150만원을 받고 양도하고, 매달 140만원을 받았다.


앞서 손씨가 데리고 있던 노숙자 관리책, 노숙자 등 22명이 2013년 7월과 2015년 1월 경찰에 2차례 검거됐지만, 손씨는 인적사항이 확인되지 않아 신분을 감춘 상태로 계속 범행을 저질렀다. 이러한 방법으로 약 5년간 7억원 상당의 수익금을 챙긴 것을 확인한 검찰은 이를 전부 추징하고, 대포통장 유통 알선책 강모(여)씨를 체포하면서 압수한 현금 1250만원도 스포츠토토 운영자로부터 매달 받은 수익금으로 밝혀져 몰수할 방침이다.


손씨는 갈 곳이 없는 노숙자가 숙식을 제공해주고, 약간의 돈만 주면 말을 잘 듣는 점을 이용해 양씨 등을 통해 서울역,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수원역 등 수도권 지역에 있는 노숙자를 유인했으며, 노숙자 중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이 되지 않자 생활고로 인해 노숙하다가 이번 범행에 가담한 20대~30대도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양씨 등은 손씨에게 노숙자 1명당 80만~120만원을 받고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손씨는 금융당국이 최근 대포통장 유통 방지를 위해 개인 명의 계좌 개설 요건을 강화하자 여러 개의 통장을 만들 수 있고, 이체 금액이 큰 법인 명의 대포통장을 개설한 후 지속해서 대포통장을 유통하기 위해 사업자를 변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노숙자 1명당 2개~3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총 4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해 69개의 대포통장을 유통한 노숙자도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법인설립등기신청 대행에 관해서는 아무런 절차 규정이 없어 필요 최소한의 확인과 절차 준수의무를 관련 법령에 신설하고, 위반 시 강한 제재를 규정해야 한다"며 "소액 자본금 법인, 여러 개의 사업자등록 신청, 명의 위장 전력이 있는 자 등 유령법인의 전형적 특성을 가진 사업자등록 신청에 대해 기존 사업내역 확인자료 제출하도록 하고, 현지 확인을 통한 사무실 실사 등 국세청의 등록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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