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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 (일부 스포일러 포함)

‘카체이싱’, ‘갓김치’가 없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2017-08-13 17:30

조회수 : 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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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1980년 11월 광주에서 태어났다. 5.18의 총성과 비명을 태교음악 삼은 셈이다. 어린 시절 5월 금남로는 매쾌한 최루탄 냄새와 시위대의 구호로 가득한 곳이었다. 구 전남도청 인근 지하상가에서 나온 나의 눈앞에 회색 연기를 내뿜으며 날아오는 최루탄의 잔상이 아직도 망막에 선명하다.
 
그러한 강렬한 기억 때문일까. 서울에 상경한지 20년이 넘어가고 이제는 사투리도 어색할 지경이지만 나의 정체성은 서울보다는 광주에 가까운 것 같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개봉 전부터 크게 기대했던 영화다. 소재도 소재였지만 주연배우가 바로 ‘송강호’다. 영화 변호인을 보면서 눈물깨나 쏟았던 기억이 생생해 이번에도 휴지를 준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뭐 내용은 인터넷 몇 번 검색해보면 될 것이니 딱히 언급하지는 않겠다. 눈물이 화수분마냥 펑펑 나오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감동은 있었다. 일종의 버디&로드 무비로도 준수한 작품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마지막 ‘카체이싱’ 장면, 그리고 그놈의 ‘갓김치’...
 
감독은 평범한 광주 시민들의 희생을 강조하기 위해 ‘카체이싱’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차라리 힌츠페터 기자가 국내에서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는 모습을 더 넣거나, 힌츠페터 기자가 실제 촬영한 영상을 넣어준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5.18 당시 동원됐던 군인들도 결국 대한민국 시민이며 일종의 피해자라는 것을 알려주는 씬,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 부분 바로 뒤에 나와 아쉬움을 더한다.
 
또 ‘갓김치’는 왜 넣었는지...광주 시민들의 일상 생활을 보여주고 외국인 기자가 한국의 문화에 젖어드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넣은 장치일 수도 있지만, 너무나 구태의연한 길을 택한 것은 아니었을까나.
 
그래서 결론은? 이런저런 아쉬움은 있지만 볼만한 영화다. 1980년 광주의 진실에 관심을 갖는 계기로는 나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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