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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박래군의 인권이야기)정직하게 질문하는 공영방송

2017-08-17 10:40

조회수 : 2,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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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질문을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한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이명박 정권 이후 9년 동안 권력에 장악되어 망가져왔나를 추적한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에서 최승호 PD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한 말이다. 영화는 106분의 러닝타임 동안 두 공영방송에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가 들어와 방송사를 장악하는 과정, 거기에 저항하는 언론인들과 2012년 파업 이후 가해지는 해고를 비롯한 징계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렇게 망가진 언론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오보를 내면서 ‘기레기’로 전락했다. 이런 방송들은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욕먹고 쫓겨났다.
 
영화에 나오는 공영방송을 망가뜨린 공범자들은 한 결 같이 침묵하거나 궤변만 늘어놓거나 허겁지겁 도망치기 바쁘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공범자들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는 “방송의 미래를 망치지 말라”고 충고를 해대는 그 뻔뻔함에 기가 막힌다. 방송문화진흥위원회(방문진)의 고영주 이사장은 탄핵집회에 맞서는 태극기 집회에 나오는 이들을 애국시민이라고 하고, 그들이 MBC를 가장 공정한 방송이라고 한다는 말을 버젓이 해댄다. 그런 그들이 지금 두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있다. 정권은 바뀌었으되 방송을 망친 ‘공범자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지난 정권에서는 불법적, 탈법적 방법으로 두 공영방송을 거침없이 장악했다. 사장을 내쫓고, 검찰을 동원해서 기자와 PD들을 법정에 세웠고, 낙하산 인사로 내려온 사장은 MBC에서만 200백 명의 기자와 PD들에게 징계를 가했다. 폐지된 시사프로의 자리에는 두 대통령의 동정을 찬양하는 프로그램을 배치했다. 정권의 나팔수로 변질된 두 공영방송은 언론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났고, 시청자들은 두 채널이 아닌 다른 채널로 눈길을 돌렸다.
 
최근 공영방송 종사자들의 제 자리 찾기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자와 카메라맨들에 대한 블랙르스트가 폭로되었고, 삼성의 장충기 회장이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MBC에서부터 프로그램 제작중단에 종사자들이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곧 노조는 곧 파업을 결단해야 할지 모른다. 지금은 1인 시위에 그치고 있지만, KBS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YTN에서도 해고자들은 9년 만에 복직된다.
 
마침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도 이 영화를 보았고, "우리 언론의 현실이 참담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MBC 상황에 대해서도 MBC 김장겸 사장과 방문진 이사회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게 아니라 제 자리로 돌아가도록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공영방송, 질문을 할 때 침묵하지 않고 질문하는 그런 언론이 필요한 때다. 언론이 권력에 장악되어 질문하기를 멈췄을 때 국가와 사회에 끔찍한 재앙을 맞게 된다. 우리는 공영방송이라는 언론이 파괴된 후과를 지독하게 치러냈다. 정부의 공영방송 제 자리 찾기의 해법은 권력의 힘으로 길들이는 게 아니라 정직하게 질문하는 언론으로 만드는 일이다.
 
한편 이 영화는 공영방송을 막으려는 저항자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MBC 해고기자 이용마는 복막암을 얻어서 투병 중이기도 하다. 2012년 파업 철회 때 이 기자와 대립적인 위치에 섰던 김민식 PD는 자신을 저항자가 아니라 공범자라고 고백하며 오열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공영방송이 무너질 때 침묵했던 다수의 시민들도 공범자일 수 있다. 다수가 침묵하는 자리에 머물러 있는 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인권은 없다.
 
다행히 법원은 ‘공범자들’이 냈던 이 영화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이 영화가 예정대로 개봉된다. 이 영화가 ‘참담한 언론의 현실’을 전하고 ‘침묵해온 공범자들’을 공영방송 제 자리 찾기에 적극 연대하는 사람들의 물결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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