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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향

메이웨더 VS 맥그리거, 진짜 패자는?

2017-08-30 11:31

조회수 :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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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27일 열린 메이웨더 vs 맥그리거 경기 다들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한국방송이 무료중계 한다기에 pooq, KBS my K, KBS 온에어로 다 시도해봤지만 결국 못 봤습니다. 알고 보니 단독 중계권을 가진 에이클라 엔터테인먼트가 KBS텔레비전 방영권을 재판매한지라 온라인에서 보려면 에이클라 엔터 산하의 SPOTV NOW에서 유료로 봐야 했었습니다.


아무튼 경기는 10라운드까지 이어졌고 메이웨더의 TKO 승리로 끝났습니다. 메이웨더는 5050승으로 명예롭게 은퇴하게 되었고 대전료로 1억 달러(1100억 원)을 챙겼습니다. 맥그리거 역시 패하긴 했지만 3천 만 달러(338억 원)을 받았고 경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별명(노토리우스)을 딴 위스키가 곧 출시될 거라며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보였습니다.


맥그리거가 예상외로 선전했다는 의견과 메이웨더가 수익 때문에 일부러 10라운드까지 끌고 갔다는 의견이 갈리긴 합니다만 이 경기로 두 선수 모두 이득을 본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두 선수 외에 덕을 본 이가 또 있습니다. 바로 KBS입니다. 전국 기준 12.9%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랐습니다. 온라인이 막히자 시청자는 다시 TV 앞에 앉았습니다.


이날 중계는 UFC 선수인 정찬성과 WBC 월드챔피언 출신 변정일 해설위원이 맡았습니다. 명경기가 예상된 만큼 해설에 대한 기대도 컸는데 커뮤니티 반응을 보니 영 아니었나 봅니다. 정찬성 선수는 메이웨더 경기가 재미없어서 풀로 본 적이 없다며 복싱 공부 안 한걸 티냈고 변정일 위원은 정 선수가 복싱룰에 대해 질문하면 심판 재량이라는 등 시청자입장에서는 성의 없는 대답을 했습니다.


중계방송에서 해설위원이 양쪽 선수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시청자가 잘 모르는 경기룰을 잘 설명만 해줘도 재미가 올라가는데 KBS 해설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습니다. UFC 경기를 치를 때와 복싱을 할 때 맥그리거의 파이트 스타일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메이웨더가 정말 봐준 건지 아닌지에 대해 해설해줬다면 KBS본 게 후회된다는 말은 안 나왔을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이 경기를 TV로 보려면 가정당 10만원 가량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케이블 방송업체인 쇼타임은 99.99달러의 생중계 서비스 이용료를 받고 사용자가 어플을 통해 볼 수 있도록 서비스 했으나 이용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상태입니다. HD해상도를 약속한 광고와 달리 경기 도중 오류 화면과 버퍼링이 계속됐기 때문입니다.


KBS2 TV로 본 시청자들은 본인이 수신료를 내긴 하지만 거의 공짜로 봤다는 인식이 강한 탓에 기대이하의 중계에 집단적으로 분개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KBS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감은 더욱 떨어지게 된 것은 아닐까요? 메이웨더 vs 맥그리거 경기 이후 두 선수는 웃고 KBS는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결말이 나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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