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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영화 '공범자들'을 보면서...대학생 때 MBC 취업하라는 교수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부끄러운' 학교 그리고 나

2017-09-11 16:57

조회수 : 3,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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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범자들'을 보면서 과거 대학생 때 일화가 생각이 났다. 당시 강의명은 생각이 나진 않는다. 정치외교학을 다전공해야 했던 나는 필수 교양으로 이 수업을 들어야만 했다. 
 
영화 '공범자들'에서 최승호 기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는 장면. 인터넷 캡쳐
 
당시는 2009년이었다. 교수 이름도 생각이 나진 않는다. 다만, 고려대에서 강의를 하는 교수로 건국대에서 초청을 받아 이 해에만 수업을 하는 교수였다. 수업을 시작한 후 중간고사를 하기 전이었으니까 9월 초중순 쯤으로 기억한다.
 
내가 공범자들을 보면서 10년 가까이된 당시가 떠오른 이유는 단 하나다. 이 교수가 했던 발언 때문이다.
 
당시 무슨 이유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학생들의 장래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2009년 당시에도 학생들은 취업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이 교수는 언론쪽으로 취업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MBC에 들어갈 것을 추천했다.
 
그 이유는 경악할 만했다. "MBC가 최근 수시로 파업을 하고 사람을 짜르고 있다. 앞으로 사람을 많이 뽑을테니 지금이 언론쪽으로 취업하기에 좋은 시기다"(정확한 멘트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
 
당시에 나는 언론에 관심이 없었지만, 이 말을 듣고 너무나 놀랐다. 강단에 서서 학생들에게 정치외교학의 역사에 대해 강의를 하는 교수가 MBC의 파업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하지만 더 부끄러웠던 것은 나 자신을 포함해 이 수업을 듣던 100여명의 학생 중 이 발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역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얼굴이 화끈거렸고 입에서는 당장 반대하는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나는 참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정치외교학이 주전공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대면서 참았다.
 
대신 비겁하게 수업이 끝나고 유일하게 친해진 학생 한두명에게만 분한 마음을 표했다. 정말 비겁했다. 나름대로 나는 반항이라며 이 수업을 다신 들어가지 않았지만(결국 나는 이 과목에서 F를 받아 다음해에 다시 수강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다시. 본론으로. 영화 '공범자들'을 보면서 이 일화가 새삼 떠오른 이유는 불의에 침묵하지 않았던 언론인들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마지막 영화 앤딩에 나왔던 징계 언론인 리스트가 나올때, 침묵했던 나와 정 반대에 있던 언론인 선배들을 보며 더욱더 부끄러운 내모습이 비춰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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