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정해훈

'공수처' 설치 첫발…"고위공직자 수사, 독점 아닌 경쟁"(종합)

법무·검찰개혁위, 검사·수사관 최대 120명 규모 예상

2017-09-18 16:21

조회수 : 5,015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는 '공수처'에 관한 구체적 방안이 제시됐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는 18일 오후 1시30분 정부과천청사에서 법무·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공수처 신설'과 관련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날 한인섭 위원장은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와 검찰 비리를 엄벌해야 한다는 국민의 여망을 담은 공수처 설치가 필요하다"면서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과 공수처 법안에 포함돼야 할 주요 내용에 대해 권고했다. 위원회가 권고한 공수처 법안에 따르면 우선 명칭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약칭 공수처)'로 한다. 공수처는 독립기구의 지위를 갖고, 고위공직자와 관련된 범죄에 대해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갖게 된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국가공무원법상 정무직 공무원,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과 그 가족(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의 직무 관련 범죄로 하되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정보원은 3급 이상의 공직자로 대상을 확대하고, 검사 또는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은 모든 범죄를 포함하기로 했다. 공수처장은 법조경력 15년 이상의 사람 또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학 교수 중에서 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고, 그중 대통령이 지명한 1명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했다. 임기는 3년으로 하되 중임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또 공수처 검사는 변호사 자격자 중에서 공수처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으로 하고, 임기는 6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도록 했다. 검사는 퇴직한 후 3년이 지나지 않으면 공수처장이 될 수 없고, 퇴직한 후 1년이 지나지 않으면 공수처 차장이 될 수 없도록 했다. 특히 검사 출신은 공수처 검사 정원의 2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공수처장, 차장, 공수처 검사는 퇴직 후 3년간 검사로 임용될 수 없고, 퇴직 후 1년 이내에는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이나 공수처 사건 변호사가 될 수 없도록 제한했다.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면 그 요지를 공수처장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공수처장이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다른 수사기관이 강제처분을 하거나 그 밖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첩 요구에 응하도록 규정하고, 공수처 검사가 수사 중인 사건과 같은 사건을 수사하는 기관은 그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도록 했다. 이른바 '셀프수사' 제한과 관련해 검찰이 검사의 범죄를 발견하거나 경찰이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의 범죄를 발견하면 그 사건을 공수처로 넘기도록 권고했다.
 
한 위원장은 "공수처가 상대적 우선권을 가지고 있어 첫 단계 수사에 착수하면 공수처장에게 통지해야 한다"며 "사건을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넘겨달라고 요청하고, 다른 수사기관이 속도를 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종결하는 단계면 기존 수사기관이 종료하고 기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큰 차이는 공수처가 수사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하는 구도"라면서 "이러한 방안을 통해 기존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에 대해 더더욱 맹렬하게 수사하는 동기가 부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원회에서 예상하는 공수처의 규모는 검사 30명~50명, 수사관 50명~70명으로 최대 120명에 이른다. 위원 임수빈 변호사는 "사건의 성격과 소요되는 수사의 양을 봐야 할 것"이라며 "처장이 실정에 맞춰 적절히 운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수처 규모가 크다는 의견에 대해 임 변호사는 "공수처를 국민의 열망에 따라 실효성 있게 운영하려면 그 정도 규모는 있어야 한다"며 "한 사건의 공소를 유지하는 데도 10명 정도가 필요한데, 검사 50명이라고 해도 팀이 서너 개밖에 구성되지 않을 수 있어 그 정도 규모가 돼야 제 역할을 평가받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공수처 법안에는 청탁금지법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청탁금지법은 너무 범위가 넓고, 선택과 집중을 위해 고위공직자 직무상 권력형 범죄에 집중했다"며 "청탁금지법은 일반 검찰과 경찰에서 충분히 수사할 수 있는 몫으로,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법안에는 피의사실 외 수사 과정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하고, 반론 기회도 보장하도록 했다. 한 위원장은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서는 언론의 관심이 지대하다"며 "브리핑을 양성화하는 것이 피의자에게도 유리하고, 피의사실 공표를 제한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기존 제도로는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방지할 수 없으므로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공수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검찰 비리도 경찰이 수사하기 어려우므로 공수처가 검찰 비리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립적 성격의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수처장을 추천하고, 인사위원회를 통해 공수처 검사를 임명하므로 높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며 "여론조사에서 보듯이 국민의 80% 이상이 공수처 설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권고안과 관련해 법무부는 위원회의 권고 취지를 최대한 반영하기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권고안을 토대로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공수처 설치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도록 하고,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신속하게 통과돼 공수처가 설치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위원회는 지난달 24일 '법무부의 탈검찰화'와 관련해 첫 번째 권고안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그동안 검사로 보임했던 법무실장에 이용구 변호사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차규근 변호사를 일반직 고위공무원 가등급으로 임명했다.
 
한인섭(가운데)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공수처) 신설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 정해훈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