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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노벨경제학상

2017-10-1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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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행동경제학 권위자인 리처드 세일러(72) 미국 시카고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세일러 교수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넛지』(2008년)의 공동 저자며, 『승자의 저주』(1992년)도 집필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 “심리학적 가정을 경제학적 의사결정 분석의 대상으로 통합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49번째 노벨 경제학상을 세일러 교수에게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개인의 제한된 합리적 행동, 사회적 기호, 자기 통제 결여의 결과를 분석함으로써 이 같은 인간의 특성이 조직적으로 개인의 의사결정과 시장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세일러 교수는 1945년 미국 뉴저지주에서 태어났다.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를 졸업하고 로체스터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코넬대와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교수를 지냈다.



행동경제학은 심리학과 경제학의 접경 부분을 파고드는 경제학의 한 학파다. 30여 년간 이론 체계를 갖췄다. 행동경제학자는 합리성과 이기심으로 뭉친 경제적 인간을 전제로 한 주류 경제학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리처드 세일러 교수의 책 『넛지』 한국어 번역판.



행동경제학은 주류경제학의 ‘합리적인 인간’을 부정하는 데서 시작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을 비합리적 존재로 단정 짓지는 않는다. 경제주체들이 제한적으로 합리적이며 때론 감정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인간의 성향을 활용해 경제적 성과를 끌어 올리는 게 행동경제학이 지향하는 목표다.



세일러 교수는 자신의 이론을 대중을 위해 쉽게 풀어내는 데도 관심을 가졌다. ‘넛지(nudge)’의 사전적 의미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다. 책에서는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선택 설계(choice architect)의 힘을 ‘넛지’라고 정의했다.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놓는 아이디어로 밖으로 튀는 소변량을 80%나 줄인 게 좋은 예다.



세일러 교수는 인간은 불완전하고, 판단과 선택을 할 때 실수와 오류를 저지르기 때문에 선택 설계에 약간의 변화만 주어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넛지』의 공동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9일 블룸버그 기고에서 “세계 여러 정부의 정책에 세일러 교수의 이론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관료들이 그의 이론을 활용해 연금·기금을 늘리고, 빈곤을 줄이며, 일자리를 만들고, 도로 안전부터 건강 증진까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세일러 교수는 2007년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그린 할리우드 영화 ‘빅 쇼트’(2015)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카지노의 블랙잭 테이블에서 배우 셀레나 고메즈와 함께 합성 부채담보부증권(Synthetic CDO)을 설명했다.



세일러 교수는 수상 직후 노벨위원회와 전화로 연결해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위원회가 내 업적을 소개할 때 연기 경력을 언급하지 않아 서운했다”고 농담을 던졌다. 거액의 노벨상 상금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것이냐, 인간적으로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가능한 한 비합리적으로 쓰겠다”고 답했다. 세일러 교수는 황금 메달과 상금 900만 크로나(약 12억6700만원)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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