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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

북 '개성공단 가동설'에 업체들 "실낱 희망마저 사라져…"

"새정부 믿었지만 더 이상기다릴 수만은 없다"…비대위 내일 기자회견

2017-10-1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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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지난해 설 명절은 우리 입주기업들에게는 악몽이었죠. 그런데 올 추석 명절에 다시 '개성공단 무단 가동설'이 나오니 실낱 같은 희망 마저도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의류기업 A사 대표)
 
"새정부 들어 기대감이 컸는데 피해보상은커녕 어떠한 변화도 없어요. 하루 아침에 공장을 잃고 빚만 쌓여가다보니 '재가동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만 커지고 있습니다."(완구제조기업 B사 대표)
 
지난해 2월10일 설 연휴 마지막날 급작스럽게 이뤄진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 이후 맞이한 세번째 명절인 올해 추석에 또다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 악몽이 재현됐다. 공단이 폐쇄된 지 1년8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설'이 제기된 것이다. 이제 입주기업들은 새정부 들어 재가동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정부 대책만 기다려왔지만 이제는 더이상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긴급회의를 추진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뜻을 모아 발표할 예정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1일 긴급 대책회의 이후 오전 11시30분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 가동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새정부 이후 안보, 경제 문제도 있어 입주기업들은 목소리 내지 않고 참고 기다려왔다"면서 "이번에 북측의 무단 가동설까지 나왔지만 정부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어 기업들이 긴급회의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명절 연휴 기간 동안 북한이 개성공단 내 의류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는 외국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입주기업들은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북측이 "개성 공업지구에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그에 대해 그 누구도 상관할 바가 없다"며, 가동 사실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입주기업들의 절망했다.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는 "개성공단 내 공장은 입주기업의 자산"이라며 "새정부 들어 당장 재개가 어렵다는 것을 입주기업들도 알고있으니 유지·관리 만이라도 해줬으면 했다. 정부가 입주기업들의 자산을 지켜주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실망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협회가 내놓을 예정인 성명서에는 북한의 공단 재가동에 대한 입주기업들의 입장과 하루 빨리 정부가 확인한 피해액을 보상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관계자는 "하루하루가 버티기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확인 피해액 조차도 보상해주고 있지 않고 있다"며 "무단 가동에 대한 기업들의 입장과 정부에 촉구하는 바를 성명서에 포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입주기업 124개사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공단 폐쇄 이후 10개월간 발생한 영업손실은 9억원 수준이다. 영업손실로 전환한 기업이 40개사이며, 영업이익이 감소한 기업은 26개사로 나타났다. 14개사는 영업손실이 증가했다. 조사에 응하지 않은 기업까지 합하면 더 많은 기업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게 협회 측의 설명이다.
 
거래선을 유지하기 위해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로 진출한 기업 역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해외공장 경영상황'에 따르면 개성공단 폐쇄 이후 해외에 진출한 34개 업체는 현지의 임금 상승과 운영 자금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캄보디아 현지공장 4곳 중 3곳은 철수를 적극 고려 중이다.
 
베트남에 대체 공장을 마련한 한 입주기업 대표는 "해외에 공장을 마련한 곳은 그나마 여유가 있는 기업이었지만 그 기업들 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개성공단이 하루 아침에 문을 닫으면서 철저한 준비 없이 해외에 뛰어든 데다 북측 근로자의 작업 숙련도를 아직까지 따라 갈 수 없으니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하루빨리 개성공단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나와야 입주기업들이 경영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이에 따라 거래선들과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정부에서 어떤 결단도 없이 희망적인 분위기만 조성하다가 결국 희망 고문이 되고 마는 일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 사진=뉴시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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