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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기간 연장'에 발목 잡힌 법원 국감(종합)

"재판 치사할 지경" vs "너무나 타당한 결정"…'추명호 영장 기각'도 도마에

2017-10-2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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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 연장,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과 추선희 전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구속영장 기각 등에 관한 법원 판단의 정당성을 두고 국회의원 간 공방이 치열하게 오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등의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은 "이미 끝난 사건인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을 보면서 신중함 보다는 신속함을, 인권보다는 재판 편의에 무게를 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또 "백남기 농민 사망이 외인사로 결론 나면서 검찰과 경찰이 정권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사법부도 정권에 따라 바뀌면 올바른 법치주의라 볼 수 없으므로 멀리 보면서 다양한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은 "구속 사유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 것"이라며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공정한 재판을 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 연장에 대해 "법원에서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80회에 걸쳐 6개월간 구속 재판을 하다가 안 되니 연장까지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 치사'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며 "극도의 스트레스에서 돌아가실 지경이라고 한다. 저 같으면 80번이 아니라 반의반만 받아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는 지난 13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16일 자신의 80차 공판에서 "이제 정치적 보복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란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추가 구속 사유의 내용을 봐도 필요성이 있는 것"이라며 "증거인멸 가능성도 충분하고, 재판에도 비협조적이므로 법원이 구속을 연장한 것에 대해 너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아직도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정의가 죽은 것"이라며 "헌재에서 탄핵했고, 사법부 판단으로 구속을 연장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에 대해 "이제 와서 침대가 없다는데, 구치소가 5성 호텔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정원 의혹 수사에 관한 추 전 국장과 추 전 총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에 대해서는 여당의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사법부 신뢰가 최하로 떨어졌다"며 "영장 판단은 고유의 권한이고 불구속 원칙은 동의하지만, 그 기준이 국민에게 설득되지 않으면 문제"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추 전 총장은 국정원이 돈을 준 줄 몰랐다고 하는 등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돈을 줬던 민병주 전 단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며 "추 전 국장은 그동안 국정원의 정치화를 초래한 장본인으로서 피의자의 역할 등을 봤을 때 훨씬 중대한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이춘석 의원은 "국정원 관제 데모를 주도한 추 전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국민적 감정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정원에서 자금을 받아 시위마다 관제 데모를 열고, 대기업에게 돈을 뜯어 자금을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박범계 의원은 "추 전 국장의 기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판단 기준이 매우 왜곡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걸쳐서 정치에 개입한 장본인"이라며 "더구나 추 전 국장의 기각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무관하지 않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고도 말했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추 전 국장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 "전체 범죄 사실에서 피의자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피의자의 주거와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구속해야 할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추 전 국장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당시 각각 국익전략실 팀장, 국익정보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정부 비판 성향 문화·예술계 관계자에 관한 방송 하차와 세무조사 요구 또는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관여하는 등 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관여)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이날 추 전 총장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 "범죄 혐의는 소명되나, 피의자의 신분과 지위, 수사 진행 경과 등을 고려할 때 도망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 기각을 결정했다. 추 전 총장은 지난 2009년부터 국정원과 공모해 어버이연합 회원을 동원한 관제 데모로 정치관여 행위를 하고, 이 과정에서 배우 문성근씨와 관련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다. 또 2013년 8월 한 대기업을 상대로 시위를 벌이고, 이를 계속 진행할 것처럼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구속 연장 후 처음으로 열린 8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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