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이우찬

쌀, 무한변신을 허하라…식품·놀이문화·교육콘텐츠 ‘3중주’

민제원 대표 “라이스클레이는 쌀로 만든 또 하나의 전통”

2017-10-27 06:00

조회수 : 6,037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라이스클레이로 송편을 만들던 한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셨다. 할머니가 젊었을 때 만들었던 송편을, 몸이 불편한 지금에 와서 또 예쁘게 빚을 수 있다는 것을 보고 너무 좋아하셨던 것 같다. 라이스클레이가 단순한 떡 반죽이 아니라 행복을 나눠주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민제원 라이스클레이 대표는 ‘쌀의 무한변신 요리로, 놀이로, 문화로’로 회사를 소개한다. 민 대표는 삼시세끼 늘 함께하는 쌀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한 아이디어를 먹을 수 있는 놀잇감인 라이스클레이로 발전시켰다. 전국에 강사를 배출하며 라이스클레이를 놀이문화로 그 영역을 넓혔고, 일본 등지에는 콘텐츠를 수출하면서 쌀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민 대표가 작은 공방에서 시작한 조그만 날갯짓은 쌀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나비효과가 됐다. 그는 지난 2013년 작은 공방을 열며 라이스클레이 강사 양성을 시작했다. 처음 수강생은 7명이었다. 현재 전국에 있는 강사는 6000여명이고, 라이스클레이와 계약을 맺은 공방(교육센터)은 86곳에 이른다. 직원 13명의 라이스클레이는 2014년 매출 6500만원에서 지난해 9억1000만원으로 성장했다.
 
처음 제품을 만들 때 주변시선이 고왔던 것만은 아니다. 전통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놀이 문화로써 모습을 바꾼 쌀의 변신을 이해하지 못했다. 라이스클레이를 먹는 식품이라기보다 놀이 문화로 인식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고, 강사 양성을 통한 교육콘텐츠 확산에 집중했다.
 
라이스클레이의 비전은 쌀이 빚어내는 문화 확산에 있다. 민 대표는 이를 ‘라이스아트’로 정의했다. 유아·청소년에게 방과 후 수업 등으로 라이스클레이 교육을 하면 아동기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된다. 노인요양원, 다문화센터 교육 등으로 사회복지사업과 연계한 교육콘텐츠로도 활용 가능하다. 경력단절여성들에게는 창업과 자격증 취득을 지원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우리는 오늘 행복을 만듭니다.’ 라이스클레이의 사훈이다. 민 대표는 직원이 라이스클레이 제품을 제조하고, 강사들은 가치를 공유하고, 수강생들은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을 지인에게 선물하는 게 곧 행복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했다. 민 대표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닦아왔고 앞으로도 그런 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28일 일본에서 진행된 라이스클레이 수업 중. 사진=라이스클레이
 
창업 결심한 계기는.
 
아이가 아토피가 심했다. 천연 쪽 재료나 먹는 것, 입는 것 등에 관심도 많았다. 어느 날 지인이 떡으로 케이크를 만들었다. 쌀로 만든 케이크에 관심이 있었다. 케이크 위에 절편(떡살로 눌러 모나거나 둥글게 만든 떡)으로 데커레이션을 하게 되는데, 떡을 쪄서 뜨거운 상태로 색깔을 입히는 등 치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만들 수 있는 시간도 20분 남짓이다. 떡이 굳으면 다시 30분을 쪄서 20분을 작업한다. 케이크를 만들면 가치는 높지만 너무 고생을 하는 것이다. 떡집에서 케이크가 사라진 이유이기도 하다. 이 같은 상황을 보면서 고민했다. 데커레이션을 수월하게 잘 할 수 있다면 파티에 우리 고유의 쌀로 만든 떡 케이크가 올라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 생일상에는 서양 케이크가 올라오는데 쉽고 예쁘게 만들 수 있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다면 떡 케이크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경쟁력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떡은 정을 나누는 문화다.
 
개발하면서 떡 반죽이 수분을 뺏기는 화학적 클레이가 아니라 수분을 머금는 특유의 따뜻한 질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떡 반죽 데커레이션을 만드는 데 활용할뿐만 아니라 먹는 클레이로 확대 발전시키고 싶었다. 아기들은 물건을 습관적으로 입으로 가져가는 특성이 있다. 클레이가 EQ(감성 지수) 발달에 좋은 것은 알지만 부모는 아이들이 입으로 가져가므로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만들면서도 먹어도 문제없는 떡 반죽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사업화하자는 결심을 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떡 데커레이션에 초점을 맞춰 생각했는데 아토피가 있었던 아이에게서 영감을 받아 몸에도 해롭지 않은 쌀 클레이를 만들게 됐다. 쌀은 밀가루와 달리 글루텐이 전혀 없어 위장 장애 등 문제가 거의 없다.
 
창업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창업지원 관련 제도를 잘 몰랐다. 아이템만으로 시작을 했다. 자금 문제가 제일 힘들었다. 좋은 아이템을 어디에 제안하고,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은행 대출로 초기 창업 자금을 마련했다. 일을 진행하면서 R&D 지원사업에 선정이 되기도 했지만, 창업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 초기 창업 자금을 확보하는 문제다. 저와 같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나중에 창업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언도 드리고 싶다. 입소문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6000여명의 강사들이 씨앗이 돼서 회사를 살린다. 전국 각지에서 수업을 할 때 우리 재료를 구입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위해 교육을 받는다. 이런 부분에서 수익이 발생한다.
 
라이스클레이는 지난 7월12일 일본 신주쿠 에노키초주민센터에서 일본인을 상대로 수업을 진행했다. 사진=라이스클레이
 
제품 개발 후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 개발 후 주변에 얘기를 하니까 고운 시선만 있는 건 아니었다. ‘결국 떡이잖아’, ‘우리 주식인 떡 가지고, 먹을 거 가지고 장난하느냐’는 소리도 들었다. 그래서 제품을 떡으로 설명하기보다 가지고 놀 수 있는 클레이, 놀이 문화로 포인트를 잡았다. 제품화해서 시장에서 판매하는 쪽이 아닌 강사를 양성하고 아이들을 교육하고 창업도 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됐다. 강사를 양성해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육콘텐츠로 승부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교육콘텐츠로써 어떤 가치가 있나.
 
처음부터 교육콘텐츠로 자리 잡기를 바랐다. 창업 전인 2012년 가을쯤부터 어린이들이 있는 유치원·초등학교, 어르신이 있는 요양원, 치매센터에 가서 제품 테스트를 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연령의 분들이 좋아하는 것을 느꼈다. 라이스클레이로 송편을 만들던 한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셨다. 할머니가 젊었을 때 만들었던 송편을, 몸이 불편한 지금에 와서 또 예쁘게 빚을 수 있다는 것을 보고 너무 좋아하셨던 것 같다. 단순한 떡 반죽이 아니라 행복을 나눠주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2013년에는 강사 양성 수업을 했는데 처음 수강생은 7명이었다. 작은 공방에서 4명이 모여 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기획을 했다. 현재 전국에 강사는 6000여명으로 늘었고, 라이스클레이와 계약한 공방(교육 센터)은 전국에 86곳이다. 강사는 라이스클레이를 활용해 교육콘텐츠를 제공하는데, 경력단절여성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방과 후 교사로 일주일에 2회 정도 출강하면서도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 아예 직업으로 삼겠다고 자신의 공방을 열어 운영하는 분도 있다. 창업과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올해 사단법인 한국라이스클레이협회 설립 인가를 받았는데.
 
지난 4월 농림축산식품부 인가를 받았다. 협회 공신력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협회에서는 라이스클레이를 단순히 알리는 것보다 쌀에 대한 소비 촉진이나 쌀 문화를 형성하는 데에 집중할 계획이다. 단순히 떡을 판매하는 구조가 아니라 교육하는 방법, ‘라이스아트’라는 문화를 만드는 과정이다. 쌀로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을 공유하면서 쌀 문화를 세계로 확산하는 것이 협회가 나아갈 방향이다. 주식회사 라이스클레이에서는 판매, 콘텐츠 발굴을 주로 하고, 협회는 문화로 확산시키는 일을 하게 된다.
 
올해 어떤 성과가 있었나.
 
지난 9월 한국기술벤처재단 동경사무소에서 열린 상담회에 참가해 좋은 성과를 얻었다. 라이스클레이가 특히 일본 현지에서 어떻게 평가받을지 궁금했다. 일본은 화과자 미니어처 시장이 발달돼 있다. 그런데 우리 콘텐츠가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다. 확신이 더 생겼다. 지난 7월 입소문을 듣고 현지에서 먼저 요청이 와서 일본에서 교육을 했었고, 수업 반응이 굉장히 좋았는데 앙코르 요청이 와서 상담회에 맞춰 일본에서 다시 교육을 했다. ‘이온물’(일본의 대형복합쇼핑몰) 측은 쇼핑몰 내 문화센터에서 관련 콘텐츠를 활용하고 싶다고 했다. 12월 수업이 시작된다. 다음 달 MOU를 맺으러 일본에 간다. ABC쿠킹스튜디오(일본 이동통신회사 ‘엔티티도코모’의 자회사)는 우리의 콘텐츠 부분을 활용한 교육을 진행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 달 사전 미팅이 예정돼 있다. 또 일본 자스닥에 상장된 한 업체의 자회사는 자체 교육시스템이 있는데 같이 진행하고 싶다는 연락이 와서 강사 양성 교육을 할 계획이다. 일본 유통회사 3곳과 대리점 또는 지사 형태의 계약을 협의 중이다. 단국대의 창업선도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돼 진행 중이고, 산학연과제도 신청한 상태다. 주제는 1년 이상 상온 가능한 쌀 점토(클레이) 개발과 전 연령 생애주기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이다.
 
국내 시장 전략은.
 
라이스클레이 강사 6000명, 전국 공방 센터가 86곳이 있는데 1단계인 생태계 구축을 한 것으로 보면 된다. 다음 단계로 올해 B2G시장인 유치원·학교·농업기술센터 등 관련 기관에 진출하기 위해 전략을 세웠다. 내년 초반까지 시장 형성이 되면 마트 등 B2C로 진출할 계획이다.
 
민제원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달 28일 일본 ABC쿠킹스튜디오 관계자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라이스클레이 
 
남은 과제가 있다면.
 
지금 냉동제품으로 출시되는데 유통기한은 6개월이다. 상온으로 1년까지 유통이 가능하게 되면 유럽 등 해외로 수출할 수 있다. 현재 8개월까지 잡아냈다. 쌀로 만든 제품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문화로 확산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되는 것이다.
 
가장 큰 성과는. 
 
인식의 변화가 가장 큰 성과다. 쌀의 전통은 전통대로 지켜가면서 가는 게 맞고, 저는 쌀로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전통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지금 인정해주시고, 좋게 바라봐 주시는 분들이 많다.
 
물에 쌀을 담가 불리는 습식 쌀가루(물에 담가서 불려서)는 냉동하면 군내가 난다. 떡을 해도 냄새가 난다. 라이스클레이는 100% 건식 쌀가루다. 건식으로 만들면 장마철 날씨 등에 민감하지 않아 레시피(700~800개) 그대로 케이크와 떡을 만들 수 있다. 외부 환경 변화에도 일정하게 상태가 유지돼 외국으로 수출해 확산될 수 있다. 이런 결과물을 만든 게 보람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닦아왔고 앞으로도 그런 길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민제원 라이스클레이 대표. 사진=라이스클레이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 이우찬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