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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삼성의 2인자

2017-11-01 13:46

조회수 : 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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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의 역사는 길다. 재벌의 흥망성쇠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수많은 대기업집단이 크고 작은 분식회계 또는 역분식, 탈세 혐의 등으로 처벌을 받았다. 비자금은 공식 회계처리에서 제외된 자금이다. 의도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을 하다보면 저절로 생기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어쨌든 불투명한 회계처리 등 잘못된 경제관행이 빚어낸 유산이다.
 
세금계산서 발행을 누락하거나, 실제 지출한 비용을 과대계상하는 등 비자금을 조성할 방법은 무수히 많다. 제조업체들의 생산과정에서는 자르고 녹이다 보면 엄청난 부산물이 저절로 생겨난다. 그게 쌓이다 보면 장부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부외자산으로 불어나 비자금이 된다. 경영자가 그러한 부외자산을 유용하거나 빼돌리려면 분식회계 또는 역분식이 필요하며, 회계 담당 임직원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분식회계가 적발되면 회장부터 임직원까지 관련자가 수두룩하게 넘쳐나는 게 그런 이유다.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의 천문학적 분식부터 최근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에 이르기까지 어두운 역사가 반복돼 왔다. 분식회계로 수많은 투자자가 회생 불능의 피해를 입고 구조조정 또는 청산에 이르렀으며, 수많은 일자리가 공중 분해됐다.
 
삼성도 예외는 아니다. 정권마다 출처가 불분명한 정치자금을 제공했으며, 유능한 ‘재무통’의 2인자가 곁에 있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과 함께 기소돼 불법 정치자금으로 집행유예와 사면 과정을 거쳤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 승계 과정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삼성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는 비자금, 분식회계, 차명재산 등을 폭로했지만 특검 수사를 거쳐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된 혐의는 이 부회장에 대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정도였다. 이 전 부회장은 여기에도 가담했으며 유죄 판결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도 물러나야 했다. 차후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부당이익환수 목적의 일명 ‘이학수법’을 발의할 정도로 뒤끝은 좋지 못했다.
 
최근 국감에서는 이 회장의 차명자산을 두고 금융당국이 거래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재점검하고 지금이라도 과세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여당은 비자금으로 썼을 수도 있다며, 특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회장의 와병 중에 이 부회장은 구속돼 총수 부재 상황이 유례없이 길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배주주는 역대 가장 절박한 형편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를 1년여나 미루다 지난달 31일 겨우 실시했다. 그 중에서도 2인자로 부상한 이상훈 사장이 단연 이목을 끈다.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그 역시 ‘재무통’이라는 점은 과거의 부정적 인식을 일으킴을 부정할 수 없다. 삼성의 과거에 비추면 어쩔 수 없다. 때문에 그러한 2인자의 오명을 씻어내는 과제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삼성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지배구조, 의사결정만이 의심의 시선을 지우는 최선의 방법이다.
 
산업1부 재계팀장 이재영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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