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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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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금융 6개월)①서민·중기지원 색깔 뚜렷…산업발전 비전은 안보여

법정금리 인하·부채탕감·가계부채대책 속도전…금융혁신 액션플랜은 부족

2017-11-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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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반년이 지난 가운데 이른바 '문재인표' 금융정책도 본궤도에 오르는 모습이다. 금융위 초대 사령탑을 맡은 최종구 위원장은 '포용적 금융(분배)'과 '생산적 금융(성장)'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분배와 성장을 고루 이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금융권일자리 창출, 장기부채 탕감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와 기업금융(IB) 육성, 글로벌 진출 등 금융산업 성장에 대한 로드맵은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금융당국 핵심 포스트에 과거 올드보이(OB)들이 다시 자리잡는 등 유독 금융분야에서 적폐청산과 쇄신이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새 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이른바 '문재인표 금융정책'의 내용과 과제를 짚어봤다.
 
문재인 정부 금융정책의 핵심은 '포용'과 '생산성', 다시 말해 금융약자 보호와 성장 산업 지원이라는 두축으로 이뤄져 있다. 서민층의 금융부담 완화에 나서는 동시에 중소기업이나 혁신기업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금융정책 수장을 맡고 있는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7월 취임한 후부터 적극적으로 '포용적 금융'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최 위원장은 취임 때부터 "포용적 금융 강화를 위해선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며 "만연한 '빚 권하는 폐습'이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포용적 금융정책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장기부채 탕감 등이다. 서민층과 자영업자 생계 지원을 위한 대책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경우 최 위원장은 업무보고에서 "가격의 시장 자율도 원칙이나, 서민의 금융 부담도 봐야 한다"며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법에서 당국의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여신금융전문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기 때문에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과거 금융위원장들이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한 것과 대조된다.
 
내년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27.9%에서 24%로 낮추는 방안 역시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문재인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금융위의 '과제목표'에 "2017년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상의 최고금리를 일원화하고 단계적으로 20%로 인하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의 최우선 공약인 '일자리 창출' 정책에 힘입어 금융권의 채용도 늘었다. 금융공기업과 은행, 보험, 증권, 카드 등 민간 금융사의 하반기 채용 규모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1000명이 증가한 6600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과 이달 중으로 내놓을 빚 탕감(장기소액 연체채권 정리) 대책은 포용적 금융의 정점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취임 당시 강조한 정책의 방향을 보여줬다는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며 "성과가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이를 보완할 다른 대책을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금융지원에 초점을 맞춘 '포용적 금융'에 집중한 반면 '생산적 금융'에 대한 로드맵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100대 국정과제로도 선정된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는 인터넷전문은행 등 진입요건 완화, 금융감독체계 개편, 금융당국의 공정한 정책결정 시스템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분야의 4차산업 핵심으로 꼽히는 인터넷은행 정책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조차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제한) 완화에 부정적이라 금융당국이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취임 이전부터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위해서는 은산분리가 필요하다는 태도를 고수했지만,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 인가 특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면서 은산분리 완화의 명분을 오히려 떨어트리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의 논의가 더딘 것에 대해 문제 의식 차원의 논의가 있다"며 "생산적 금융을 접은 것은 아니고 금리 인상기를 맞아 우선 순위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적 금융이 활성화되면 가령 진입규제 합리화 이후 인터넷전문은행 외에도 새로운 은행 등의 출현과 일자리 창출을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당분간 '생산적 금융'에 대한 조명은 만만찮을 전망이다. 민간 장기소액 연체채권 채무재조정 세부 방안, 연체 가산금리 인하 구체적 방안 등 포용적 금융 대책의 후속 발표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도 앞두고 있다.
 
오정근 충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산업 선진화와 사회적 역할 강화는 정책 방향이 양립할 수 없는 성격"이라며 "금융당국이 10월 들어서는 금융산업 성장을 강조하기는 하는데 액션 플랜이 나온 게 없어 구체성을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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