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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금융 6개월)②가계빚관리 등 안정에 무게…산업 앞세운 과거 정부와 차별화

'메가뱅크'·'창조금융' 같은 굵직한 기조 안보여…감독체계 개편 등 문재인표 개혁도 보류

2017-11-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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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양진영 기자]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서민금융 지원에 초점을 맞추면서 과거 정부와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도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서민금융 지원 정책을 펼치기는 했지만, 대형 금융사고가 터진 뒤에야 '사후 약방문'식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메가뱅크·녹색금융, 박근혜 정부의 핀테크 육성·창조금융 등과 같은 굵직한 금융기조가 아직 보이지 않아, '문재인표' 금융개혁정책의 색깔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5월 문재인정부 출범 후 금융위원회는 업무보고에서 ▲일자리 창출 ▲서민금융지원 ▲4차 산업혁명 ▲경제민주주의 ▲가계부채 관리 ▲기업구조조정 ▲금융시장 리스크 요인 대응 ▲금융부문 쇄신 등을 주요 정책 기조로 보고했다.
 
금융정책의 경우 가계부채 관리, 기업구조조정 등 금융시장 리스크 대비 비중이 크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전부터 미국발 금리상승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를 맞이했고, 14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한국경제 뇌관으로 지목받고 있어 가계부채 대책이 금융권 최우선 정책 과제로 꼽혔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대통령 탄핵 이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금융소비자보호 등 서민 위주로 금융정책 틀이 짜여진 것으로 평가한다"며 "지난 정부가 금융산업을 키우겠다고 호언장담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나 대형 금융사고가 터지면서 흐지부지 됐다는 점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우선적으로 챙기는 점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의 금융정책은 '창조금융'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창조경제'를 내조하라는 사명으로 창조금융이 키워드로 제시된 것이다. 하지만 취임 첫 해부터 이듬해까지는 곳곳에서 금융사고가 터지면서 새로운 설계도를 그리기는커녕 뒷수습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2013년 초 농협은행, 신한은행 전산마비 사태를 시작으로, 이어 STX그룹이 무너지며 은행들은 대손충당금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하반기에는 동양그룹 사태가 터져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이듬해에는 신용카드 3사에서 사상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져 나왔다. 정보유출에 놀란 고객들이 해당 카드사와 은행에 재발급 및 해지를 요구하며 북새통을 이뤘고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도 진행됐다.
 
박근혜정부는 금융사고 사태 수습 후 기술력을 담보로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기술금융'과 핀테크 활성화 등 창조금융에 시동을 걸었지만, 스타트업 기업이나 중소기업금융 생태계가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하다보니 이렇다할 결실을 맺지 못했다.
 
문재인정부의 금융정책은 서민 위주로 정책 틀이 짜여져 있지만 금융감독체계와 정책금융기관, 민영화 비전 등 굵직한 금융산업 비전에 있어서는 '개편'보다는 '현상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적으로 금융감독체계와 통합 정책금융기관 운영 등이 지난 정권 체제 그대로다.
 
특히 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은 정부 출범 초기 정부조직개편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유보됐다. 금융위는 지난 7월부터 '조직혁신기획단'을 구성해 조직을 기능별로 재편하는 작업에 착수했으나 이를 감독체계 개편과는 연결 짓지 않는 분위기다.
 
현재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체제는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 들어 탄생했다.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 부문과 금융감독위원회가 합쳐 탄생했다. 당시 민주당은 금융위가 지나치게 비대하고 권한이 커 부작용이 많다고 반대했다. 박근혜정부에서도 금융감독기구 개편 논의가 주요 이슈로 부각됐지만 현상유지로 결론이 났다.
 
문재인정부는 국정운영 계획 중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 항목에서 올해 금융위 조직을 기능별로 재편한 후 정부조직 개편에 맞춰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융감독원은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금융위 차원에서 운영하는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내놓을 금융감독체계 개편 권고안의 발표 시기가 아직 미정이라, 감독체계 개편은 내년 상반기 이후에야 단계적으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혁 성향의 금융당국 수장이 내려오지 않은 데다 감독체계 개편을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며 "국정운영 과제에 포함됐다고 하더라도 당장 속도를 내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감독체계 개편이 유예된 상태에서 정부 공약에 맞춰 금융정책을 추진하다보니 금융당국 내부에 태스크포스(TF)가 넘쳐나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현재 금융위에만 40개의 TF가 있으며, 금감원은 기본적으로 주요 실무국에 1개 이상의 TF를 만들고 있고 최소 30개 이상의 TF가 난립한 상태다.
 
조임곤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사안들을 굳이 책임소재가 불불명한 TF를 구성할 필요가 없다"며 "금융위나 금감원이 의사결정기구로서 위상을 분명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종용·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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