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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국가미래연구원) "위기의 한국 자동차 산업, 민·관 합동 노력으로 극복해야"

국내 자동차 산업, 2012년 수준 후퇴…정책총괄 구심점 '민·관 자동차정책위' 구성 필요

2017-1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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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미래연구원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서울클럽에서 산업경쟁력포럼 제24차 세미나를 열고 ‘한국자동차 산업의 발전과제’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이날 세미나는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 ▲박홍재 현대자동차 연구소 소장 ▲이승우 산업통상자원부 시스템산업정책관(국장) 등의 참여 토론이 이어졌다. 다음은 이날 주제발표와 주요 토론내용을 간추린 것이다.<편집자>
 
“위기의 자동차 산업, ‘민·관 자동차정책위원회’(가칭) 구성 필요하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의 주제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높은 생산·수출·부가가치·고용 창출뿐만 아니라 국가의 주요 세수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1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생산비중 12.7%, 2015년 세수비중 13.5%, 2016년 수출비중 13.4%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 노사관계 악화로 인한 고비용·저효율 구조, 신흥 자동차 생산국의 성장, 국내 연구개발(R&D) 투자 미흡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자동차 업계는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생산대수 및 수출이 꾸준히 감소하고, 수입은 증가하고 있다. 2015년 세계 자동차 생산 5위 국가였지만 2016년 6위로 밀려난 데 이어 2017년에도 하락이 전망된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자동차 산업 종사자 수는 증가해 업체의 인건비 부담은 증대되고, 노동생산성은 저하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자동차 기술은 다양한 분야의 신기술과 융합한 최첨단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자율주행차로 연결되면서 자동차가 새로운 산업 및 일자리 창출의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산업이 산업구조 전체를 고도화시키는 첨단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국가경제 전체에 대한 기여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노사관계의 안정과 함께 정부의 규제 완화, 산업환경 변화에 따른 정책 총괄 조직의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노사 간 공감대 형성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환경 및 소비자 규제는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돼 높은 규제에 대한 대응비용이 높아져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업체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구조다. 산업경쟁력 수준을 고려하는 규제정책의 개선과 함께 산업간 융·복합 지원 및 성장 환경을 조성해 신사업 모델 발굴 및 사업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 관련 정책의 복잡성은 증대하는 데 반해, 정부 정책 대상의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동차산업의 정책을 총괄 조정할 수 있는 조직을 운용하고 있는 선진국 사례를 참고할만하다.
 
선진국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동차산업 정책을 총괄 조정할 수 있는 조직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산업 정책위원회(American Automobile Policy Council)에 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3사가 참여해 산업정책을 수립·제안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일본은 국립연구개발법인으로 신에너지산업 기술종합개발기구(NEDO)를 운용해 체계적인 기술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영국도 2009년 민관합동 자동차위원회(Automotive Council)를 출범해 발전전략을 컨트롤하고 있으며, 자동차산업투자청(Automotive Investment Organization)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 사례를 감안해 우리도 국내 자동차산업 컨트롤 타워인 ‘민·관 자동차정책위원회’(가칭) 구성이 필요하다. 민관자동차 정책위원회는 자동차산업 관련 주요 이슈별로 관련 부처, 학계, 업계가 공동 참여하는 기구로 부처 간 쟁점이슈들에 대해 업계와 학계, 전문가의 객관적, 사실적 의견과 입장이 자유롭게 논의해 정책에 반영하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노동관련 법규 개정, 과도한 환경규제 철폐 시급”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업체들의 노동자들은 세계최고의 임금을 받고 있으면서도 매년 파업을 벌이는 세계최강의 노동자 ‘갑’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고임금에도 매년 파업을 벌이는 나라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으며 이는 노사의 적대적 관계를 조장하는 노동관련 법규의 개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도한 환경규제의 철폐도 중요하다.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가장 강력한 규제를 그대로 도입해 우리 업계가 감당할 수 없는 내용이다. 특히 현행 이산화탄소(CO₂) 규제 목표는 너무 높아 오는 2025년을 목표로 하는 장기 규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저유가와 레저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한 중대형차와 SUV 판매는 2012년 이후 우리나라 SUV 연평균 판매 증가율은 15.0%에 이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세먼지 이슈로 CO₂ 대응에 유리한 경유가격 인상 및 LPG차 허용 추진, 실도로 배출가스 규제 도입 등 경유차 규제 강화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연비 사후관리 정책은 연비측정방법 엄격화, 과징금 상향 및 연비 경제적 보상제도 신설(2015년말)등으로 과도한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중장기 로드맵 마련해야”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있으나 관련 통계의 부실과 전문가 부족 등으로 인해 적기에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업체들은 기업 기밀 유출 가능성을 문제 삼아 정부와 자동차산업 관련 정보 공유가 과거에 비해 부진하다.
 
선진국 기업들은 다양한 협력체를 구성해 전기동력 자율주행 자동차의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표준 제정에 앞서가고 있으나 국내 관련 기업간 협력은 전무한 상황이다. 또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나,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근시안적이며 자기 영역 보호를 위한 주장으로 인해 효율적으로 대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 산업과 연관산업내 공급업체들의 준비도 부족한 상황이며, 이는 향후 경쟁력 저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을 논하고 있지만 우리 자동차업계는 처음으로 맞이하는 산업혁명으로 그 동안의 모방을 바탕으로 한 추격자 전략으로는 대응이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연관산업이 변화하면서 그 범위 역시 확대되고 있으나, 국내 대부분의 연관산업내 기업들은 국내 완성차업체와 정부의 중장기 로드맵이 언제 나올 것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투자여력이 점차 감소할 것이라는 점에서 시급히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해 자동차업체의 사업 전환, 새로운 연관 산업내 기업의 신규 투자를 바탕으로 일자리를 창출해 자동차 산업이 지속적으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
 
“고비용·저효율 구조 타파, 혁신 생태계 구축해야”
 
박홍재 현대자동차 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한국자동차산업은 2012년 수준으로 후퇴,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생산은 2011년 466만 대 수준에서 정체, 작년은 423만 대까지 감소했다. 수출은 2012년 317만 대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속 하락해 작년 262만 대까지 후퇴했다. 특히 전동화, 자율주행, 모빌리티 등 자동차산업 관련 파괴적 혁신 대응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러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생산성 제고, 시장 개척, 가격 경쟁력 회복 및 미래 기회 적극 대응 등이 필요하다. 고임금 구조, 경직적 노사관계 등은 십 수년째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전 저해 요소로 지목되고 있음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타파와 생산성 제고가 절실하다.
 
글로벌 시장이 전체적으로는 성장 둔화 추세가 뚜렷하나 중유럽, 중남미, 아세안 등 우리가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이 여전히 존재한다. 세부 시장별 이해를 심화시키고 지역별 특화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부품 공용화 확대, 원가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한 가격 경쟁력 회복은 단기적인 경영 성과 개선뿐만 아니라 미래 투자 재원 확보에도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의 추격형 성장전략에서 선도형 성장 전략으로 전환을 위해서는 혁신 역량 제고가 절실하다. 가격 대비 성능을 강조하는 ‘가성비’만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어필하는 데 한계가 있어,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고유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개념설계 역량의 축적과 지속적인 혁신이 절실하다.
 
자동차산업은 투자 리스크가 커서 기업만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는 혁신 기술 개발 위한 민관 협력 체제 구축 통한 리스크 분담 및 성과 공유가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국방 분야를 비롯한 정부 부문이 원천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시행착오 비용과 혜택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파괴적 혁신 대응을 위한 정부의 혁신 생태계 구축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 기술개발 집중 지원할 것”
 
이승우 산자부 시스템산업정책관에 따르면 정부는 친환경차 핵심부품의 가격저감 및 성능향상, 다양한 모델 (전기트럭, 버스 등) 출시 등을 위한 기술개발을 집중 지원하고, 구매·운행 과정에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유지·강화하고, 기업의 예측 가능한 사업전략 수립을 위한 보급 로드맵도 제시할 예정이다.
 
아파트, 직장, 주요 이동 거점 등에 완벽한 충전인프라를 구축해 친환경차 이용에 불편함이 없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한편 친환경차 보급 활성화와 함께 글로벌 주요국에 비해서 과도한 환경규제에 대해서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지 않고 산업발전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
 
자율주행차 경쟁력 강화는 물론 중소·중견기업의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하는 한편 우리 자동차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개선하고 자율적인 협력문화가 형성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 6월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도로에서 서울대학교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 연구원이 자율주행차 스누버(SNUver)를 타고 자율주행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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