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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도 삼성 직업병"…후폭풍 상당

대법, 2심 뒤집고 산재 인정…유사 소송으로 파장 확산

2017-11-1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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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대법원이 뇌종양을 삼성전자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직업병으로 의심되는 질환 중 뇌종양은 백혈병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파기환송과 재상고 등 법적 절차가 남았지만 현 흐름대로라면 확정판결까지 무리가 없을 것이란 게 법조계 판단이다.   
 
대법원 3부는 14일 고 이윤정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씨 업무와 뇌종양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뇌종양이 발병, 산재를 신청한 피해자는 모두 11명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중 9명을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공단은 지난 2월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오모씨(기흥공장·반도체)를 산재로 첫 인정했으며, 나머지 1명은 심사 중이다.
 
(이미지제작=뉴스토마토)
 
산재가 거부된 뇌종양 피해자 3명은 소송을 진행했지만, 대부분 패소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및 LCD 공정과 뇌종양 발병의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이 이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상황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씨 사례를 산재로 인정했지만, 2심 재판부는 업무 연관성이 낮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뇌종양으로 산재 소송을 낸 또 다른 이모씨는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씨는 고인 윤정씨와 같은 공정에서 근무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현재 산재가 불승인된 삼성 뇌종양 피해자들이 소송을 검토 중인 가운데, 추가로 산재 신청을 준비하는 뇌종양 피해자도 있다. 반올림은 총 27명이 삼성 반도체 및 LCD 공정에서 일하다 뇌종양이 발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직업병과 관련한 법원의 판례가 굳어지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최근 법원은 전자산업의 특수성을 고려, 근무 중 노출된 유해물질과 질병간 연관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아도 산재로 인정하는 추세다. 이날 대법원도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산재보험의 본래 목적과 기능에 맞다"고 판단했다. 삼성으로서는 당혹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법원이 장기간의 잠복기를 인정한 점도 이례적이다. 이씨는 2003년 퇴직 후 7년이 지난 뒤 뇌종양 확진을 받았다. 법원에서 산재로 인정된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 중 이씨의 잠복기가 가장 길었다. 잠복기는 삼성 직업병 문제에서 논란 중 하나였다. 삼성은 희귀질환은 퇴직 후 5년 이내, 이외의 질병은 10년 이내 발병한 경우 보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따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뇌종양은 산재와 무관하게 당사에서 보상하고 있는 질병"이라고만 말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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