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병호

choibh@etomato.com

최병호 기자입니다.
인력에 R&D까지 축소…조선의 악순환

경영난 타개 위해 제살 깎아먹기…경쟁력 상실 우려 깊어

2017-11-16 13:11

조회수 : 3,168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조선업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저마다 군살 빼기에 열중이다. 동시에 인력 구조조정에 이어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까지 줄이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다. 눈 앞의 경영난을 타개하는 데만 치중, 숙련 노동자들이 이탈하고 미래에 대한 투자까지 놓치면서 업황이 회복세로 돌아섰을 때 예전의 조선강국 명성을 회복할 수 있겠느냐는 질의다.
 
16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3사 모두 일제히 고용 인원이 줄어들었다. 현대중공업은 1만6634명(정규직과 기간제 포함)으로 전년 동기(2만3749명) 대비 무려 42.78% 줄었다. 현대중공업은 일감 부족을 이유로 7월1일자로 군산조선소 문을 닫았다. 노동계에서는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따른 직·간접적 감원만 6000명 선으로 추정한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고용도 각각 8.13%, 21.95% 하락했다.
 
3사는 선박 설계·건조, 성능 등과 관련된 기술개발에서도 비용을 줄여가고 있다. 조선업 황금기의 끝자락이었던 2012년 3분기와 올 3분기를 비교할 때, 현대중공업의 R&D비용은 1810억5100만원에서 673억1200만원으로 168.97% 줄었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각각 129.46%, 125.26% 축소됐다. R&D 인력 이탈도 심각하다. 조선3사 중 R&D 인건비 현황을 공개하는 현대중공업을 기준으로 보면, 2013년 3분기 이후 251.61%나 줄었다. 인건비만으로 단순 추정할 경우 절반 넘는 R&D 인력이 유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의 비용 절감은 2010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불어닥친 조선업 불황이 가장 큰 요인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올해 국정감사에 최고경영진들이 증인으로 출석, "만들 배가 없어 조선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을 정도다. R&D 투자 축소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3분기와 2012년 3분기 매출 대비 R&D비용 비율을 비교하면 현대중공업만 0.1%포인트(0.4%→0.5%) 올랐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0.3%포인트(1.1%→0.8%), 0.4%포인트(0.8%→0.4%) 축소됐다.
 
경쟁력의 근원인 인력과 R&D가 뒷걸음질 하면서 '불황의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 조선소로 군림하면서도 선박 설계 등 핵심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게다가, 중국이 지난 2015년 제조업 분야의 세계 제패를 목적으로 '제조강국 2025' 프로젝트를 시작, 2025년까지 해양공정 설비와 첨단 선박 설계·건조에 대한 투자를 집중키로 하면서 추격전도 본격화됐다.
 
산업연구원의 조철 연구원은 "조선업처럼 구조조정 시기에 있는 산업에서는 회복기를 예상, 산업의 핵심 역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70~80년대 세계 조선업계를 평정했던 일본이 장기불황과 함께 투자와 고용을 줄였다가 우리나라에 추월을 허용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