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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노동이사제, KB금융 주총서 불발…내년 3월 재격돌 예고

KB금융, 노조 주주제안 부결…내년 주총서 새로운 사외이사 상정

2017-11-20 15:27

조회수 :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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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KB금융에서 처음 거론됐지만 불발로 끝난 ‘노동이사제(근로자이사제)’가 내년 3월 주총에서 재격돌할 전망이다. 노조에서 시도한 노동이사제는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이어서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었지만 주주들의 반대로 최종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KB금융노동자협의회(이하 KB노협)가 주주제안에 대한 재도전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데다 하나금융과 우리은행 금융노조도 사외이사 추천을 검토하고 있어 내년 3월 이후 금융권 전반에 ‘도미노’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노협은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수정된 정관 개정안과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재상정할 방침이다. 이는 이날 임시주주총회에서 노조가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안과 정관변경 안건이 부결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사외이사는 하승수 변호사가 아닌 다른 인물이 추천될 예정이다.
 
박홍배 KB국민은행지부 노조위원장은 “사외이사 안건은 6개월 내에 동일한 인물을 재차 올릴 수 없다”며 “지주 독립성을 위해 새로운 인물을 사외이사로 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의견을 반영해 대표이사 관여는 보장하되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정관 개정안을 수정 제안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KB노협은 우리사주조합 등으로부터 KB금융 주식 92만2586주(지분율 0.18%)를 위임받아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등을 주주제안서로 제출했다. 금융권에 처음 시도된 KB금융의 주주제안 제도는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일부로 참석해 목소리를 내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는 등 파수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지분율 9.79%)이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의 뜻을 보이며 가결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하지만 전체 의결권이 있는 주식 수 대비 13.73%, 출석 주식 수 대비 17.73%의 찬성을 얻는 데 그치며 결국 주총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사외이사 선임을 위해선 의결권 주식 수의 4분의 1이상, 참석 주주 2분의 1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다만 문재인정부 들어 친노동정책의 일부인 노동이사제 도입이 추진되면서 노조의 경영참여 기회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민간 은행권에도 도미노로 번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우리은행과 하나금융에서도 주주제안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제안권은 일정 비율의 지분을 보유한 소수 주주가 이사선임, 정관 변경 등의 안건을 직접 제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개정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경우 의결권 지분이 0.1%만 넘으면 주주제안이 가능하다. 사실상 대부분 금융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대표 금융지주의 우리사주 지분은 우리은행(000030)이 5.35%, 신한(005450)금융지주가 4.73%, 하나금융지주(086790)는 0.92%다.
 
통상 금융권에서는 직원의 급여 일부분을 자사주로 매입하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사주지분은 더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 우리은행의 경우 올 초 사외이사 선임안을 주총 안건으로 신청한 상태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아직 선임안건이 채택되지 않았다”면서 “우리사주조합의 경우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어 부의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주가 상승과 지주사 전환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황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하나금융 노조는 아직 주총에 안건을 제안하지는 않았다. 다만 내년 3월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의 임기 만료와 맞물려 사외이사를 추천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김정한 KEB하나은행지부 노조위원장은 “현재로선 김정태 회장의 3연임 반대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라며 “내년 3월 주총이 지난 후 사외이사제 추천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놓고 의견이 팽팽히 갈린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 또한 “오늘날 금융지주사는 권력다툼 내지는 부당한 영향력 행사로 오히려 금융회사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며 “금융지주사의 자회사에 대한 경영참여 절차와 과정을 명문화하고, 이를 견제할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에 반해 노조의 과도한 경영권 참여는 오히려 자율적인 경영권을 해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KB금융 주총에 참여한 한 주주는 “주주총회는 노사협의회 장이 아니다”라며 “노조가 설치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KB금융의 주주 대부분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노동이사제 도입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노동이사제가) 민주적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노동자 권리가 너무 강조되면 경영권이 위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국회에서 KB노협이 주주제안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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