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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검찰, '댓글 수사 방해' 남재준 전 국정원장 기소

김병찬 용산서장 '수사 결과 누설' 혐의도 확인

2017-12-1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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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대한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김병찬 용산경찰서장이 11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이날 남 전 원장과 전 국정원 대변인 하모씨를 위계공무집행방해·국가정보원법 위반·위증교사 등 혐의로, 김 서장을 공무상비밀누설·위증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남 전 원장은 부임 직후인 지난 2013년 4월 심리전단을 상대로 감찰을 진행해 국정 현안 홍보, 정치인 비난 등 불법 정치관여 실태를 상세히 파악하고도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국가정보원법·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수사·공판에 대응할 현안 TF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 전 원장은 당시 "정권의 명운, 국정원의 존폐가 걸려 있으니 '개인 일탈'로 치부하고, 반드시 무죄를 받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지침을 내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남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현안 TF는 그해 5월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심리전단 사무실을 만든 후 정당한 활동으로 보일 수 있는 자료를 급조하고, 증거와 무관한 노트북 등을 비치했다. 또 담당 직원들에게 원 전 원장의 지시강조 말씀 자료 중 증거로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을 삭제하도록 했다. 이후 그해 9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원 전 원장의 재판 중 증인으로 출석하는 국정원 직원 8명에게 조직적 사이버 활동이 없었던 것처럼 허위 증언하도록 했다.
 
앞서 검찰은 남 전 원장과 공모한 혐의로 서천호 전 2차장, 고일현 전 종합분석국장, 문정욱 전 국익정보국장,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 등 국정원 간부 4명과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이제영 전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검사 등 파견 검사 4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남 전 원장의 지시로 국정원은 검찰 전체에 대한 음해성 내용은 물론 댓글 사건의 수사와 공소유지팀 검사에 대한 사찰 등을 반영해 팀 와해 등 조처를 건의하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반복적으로 내는 등 수사·공소유지 방해 활동이 매우 광범위하게 자행됐다"고 설명했다.
 
하씨도 현안 TF의 구성원으로 사법 방해 공작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씨는 국정원 여직원이 오피스텔에서 대치한 2012년 12월11일 '국정원은 대선 관련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체 정치적 활동을 한 사실이 없다'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진상 은폐를 시도하고, 대선을 사흘 앞둔 그달 16일 경찰에서 사전에 중간 수사 결과를 입수한 후 그날 오후 11시 수서경찰서에서 보도자료를 발표하자 11분 후 심리전단 활동의 문제를 제기한 특정 정당을 높을 수위로 비난하는 내용으로 미리 준비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김 서장은 서울지방경찰청 수사2계장으로 포렌식팀에서 근무하던 2012년 12월14일 수서경찰서의 의뢰로 국정원 여직원이 제출한 노트북에 대한 분석 작업을 진행해 정치관여·선거개입 활동을 확인하고, 다음날 서울청 출입 국정원 담당관에게 "상황이 좀 심각하다. 정치관여성 댓글이 확인된다. 키워드를 3개~4개 정도로 줄여서 검색하기로 했다"고 알려준 혐의다. 이후 김 서장은 같은 달 16일 국정원 담당관의 부탁을 받고 중간 수사 결과 내용이 기재된 보도자료를 수서경찰서에 알려주기 전 국정원에 보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김 서장은 지난달 28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취재진에 "수사상 기밀을 유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으며, 검찰 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김 서장과 국정원 담당관은 2012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음성통화와 문자를 포함해 총 58회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그중 국정원 여직원 사건 발생일인 2012년 12월11일부터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일인 그달 16일까지 80%인 총 46회 연락을 주고받았다. 김 서장은 통화시도도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모두 실제로 연결된 것만 반영됐다.
 
김 서장은 김용판 전 서울청장,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관련 형사 사건에서 수사기밀 누설과 키워드 축소를 주도한 사실 등이 밝혀지는 것을 우려해 "수사기밀을 누설한 사실이 없고, 권 과장과 노트북 분석 범위 제한과 관련된 다툼이 없었다"는 내용으로 수차례 위증한 혐의도 포함됐다. 검찰 관계자는 "김용판 사건에서 다소 불분명했던 검색 키워드 4개로 축소한 것은 분석관이 아닌 김 서장이 주도하면서 대선이 임박해 무혐의 결론으로 발표하도록 사건을 축소·은폐한 것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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