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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쉽고 좋은 글 쓰려면 삶을 '마구' 써라"

내 이야기를 ‘많이 써보는 것’이 지름길…문법 얽매이기보단 ‘쓰기 공포증’부터 없애야

2017-12-13 18:00

조회수 : 9,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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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말은 일회적이며 순간적입니다. 생각과 동시에 내뱉을 수 있습니다. 발화하는 순간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조금 이상하게 말해도 별로 부담이 없습니다. 억양, 어조, 고저 등 반언어적 표현에 기댈 수 있고 필요하면 손짓, 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을 사용할 수도 있죠. 하지만 글쓰기는 다릅니다.”
 
‘손바닥 자서전 특강’의 공동 저자인 소설가 강진과 글쓰기 강사 백승권은 말과 글의 차이에서 글쓰기의 어려운 이유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순간적이고 일회적인 말과 달리 글은 연속적인 특성을 갖는다. 내용을 만들어 가는 중에 잘못된 표현이나 문법을 바로 잡아야 하며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 간 논리 관계 역시 따져야 한다. 억양이나 손짓 등 반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에 기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쓰고 고치는 인내의 과정을 통해서만 단련되는 고단한 작업인 셈이다. 일반인들이 선뜻 펜을 들지 못하는 것은 바로 글이 지닌 이러한 특성 때문이라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글쓰기 자체를 말을 내뱉듯 자연스럽게 해보면 어떨까. 발화하듯 생각나는 것을 종이에 그대로 쏟아내 보는 것이다. 문법이 틀리고 문장 앞뒤 연결이 어색하더라도 괜찮다. 일단 글의 꼬투리라도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적다보면 자연스레 생각과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글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면 친구에게 자기가 살아온 삶을 들려주듯 이야기로 시작해도 좋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기억을 모으는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마구 써봅시다. 뇌가 검열하려고 해서 마구 쓰는 것이 어려운 겁니다. 안되면 핸드폰의 녹음기능 켜고 얘기를 하듯 말을 해봅시다. 이것이 글로 하면 마구 쓰기입니다.” 저자들은 책에서 이러한 ‘마구 쓰기’ 비법을 지렛대 삼아 어린 시절부터 인생의 중·후반부까지 자신의 삶을 책 한 권으로 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준다.
 
저자들은 마구 쓸 소재는 거창하거나 무겁기 보다는 소소한 것으로 출발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자신의 삶을 글로 기록해보는 훈련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나’라는 주제로 범위를 좁히면 글에 대한 부담이 적은 상태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건이나 경험들을 되짚어보면서 그것이 스스로의 태도나 자세, 감정에 어떤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풀어내면 된다. 하루 15분 규칙적으로 손바닥 만한 글을 적다보면 점점 글감이 다양해지고 나중엔 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저자들은 책에서 이를 ‘손바닥 자서전’이라 부른다.
 
특히 이들이 추천하는 방법은 ‘삶의 변곡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다. 어떤 한가지 사건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과의 만남일 수도 있다. 혹은 우연히 읽은 책의 한 문장일 수도, 무심코 바라본 풍경일 수도 있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행동을 뒤바꾼 계기가 된 사건들을 큰 줄기로 삼고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면 된다. 저자들은 “그렇게 자기 삶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글쓴이는 스스로의 지식과 경험, 사유가 얽혀 성숙해진다는 경험을 하게 된다”며 “흔히 강연에서 ‘좋고 쉬운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받는데 그때마다 ‘많이 쓰는 것’을 권하는 것 역시 바로 이런 이유”라고 설명한다.
 
글쓰기 이론에 집착하지 않는 점은 책의 내용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이유기도 하다. 이들은 이론에 대해서는 ‘글의 구성’ 정도만 알면 된다고 주장한다. 처음과 마지막에 같은 소재를 언급하며 마무리하는 ‘뫼비우스의 띠’ 구성법, 문단 단위부터 시작하는 퇴고법 등 필요한 팁들만 추려 소개한다.
 
대신 그 보다는 글쓰는 과정에서 겪게 될 어려움이나 고민 등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상담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실제로 책에는 글 공포증을 극복한 저자들의 수업을 들은 수강생들의 일화들이 수록돼 있다. 옷 수선에 관한 어려움을 글쓰기의 어려움에 빗대 쓴 수필, 50년 전 초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는 은퇴자의 회고록 등 수강생들이 직접 쓴 초고본과 퇴고본을 그대로 비교해가며 저자들은 글 쓰는 방법을 상세하게 가이드해준다.
 
저자들은 “수강생들은 처음에 내용도 정리되지 않고 횡설수설에 가까운 이야기로 A4 반 페이지를 작성하지 못하던 이들도 많았다”며 “하지만 꼬박꼬박 강의에 참여하고 매일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고치는 과정을 거치며 글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갔다”고 얘기한다.
 
또 이들은 “좋은 글은 재능보단 결국 노력의 결과”라며 “어떤 목표까지 쓰고 고치고 과정을 견딜 수 있는 끈기를 가졌는가 그런 끈기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책 말미에는 부록으로 실제 책을 출간하는 방법까지 소개돼 있다. 출판사에 투고하는 방법부터 자비로, 전자책으로 하는 출판까지 다양한 방법들을 상세히 알려준다. 실천으로 “내 삶도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음”을 경험하길 바라는, 저자들의 세심한 배려로 읽힌다.
 
손바닥 자서전 특강. 사진/한겨레출판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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