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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전병헌, 뇌물 의심되는데 다툴여지 있다?"

검찰, 영장 2차 기각에 발끈…"본 적 없는 기각 사유"

2017-12-1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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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법원이 뇌물혐의를 받고 있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2차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것에 대해 검찰이 "구속 재판이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 관계자는 13일 "기각 사유를 잘 살펴봤는데, 동의하기 어렵다. 뇌물 범행이 의심되는데, 다툴 여지가 있다는 문구는 본 적 없는 기각 사유"라고 지적했다. 또 "당사자가 100% 자백하거나 CCTV로 녹화가 된 것이 아닌 한 다툴 여지가 없는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 전 수석에게 보고하고 후원금을 받았다는 윤모씨가 이미 공범으로 구속됐고, 공여자가 줬다고 한 기프트카드를 가족이 사용한 객관적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카드를 받은 적이 없다는 비논리적인 부분에 대해 기각하는 것은 다른 영장 결과와 크게 어긋난다"며 "구속 재판이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전 전 수석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 "피의자의 뇌물 관련 범행이 의심되기는 하나, 이미 드러난 보좌관의 행위에 대한 피의자의 인식 정도나 범행 관여 범위 등 피의자의 죄책에 관해 상당 부분 다툴 여지도 있어 보이는 점, 객관적 자료가 수집돼 있고 핵심 관련자들이 구속돼 증거인멸 가능성이 크지 않은 점, 나머지 혐의는 전반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는 점, 피의자가 도망할 염려가 크지 않은 점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협회 회장을 역임했던 전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이 2015년 7월 협회에 3억원의 후원금을 내고, GS홈쇼핑(028150)이 2013년 12월 협회에 1억5000만원의 기부금을 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전 수석은 롯데가 발행한 기프트카드를 가족이 사용하도록 하고,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윤씨 등이 롯데홈쇼핑의 협회 후원금 3억원 중 1억1000만원을 횡령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윤씨 등 3명은 지난달 29일 업무상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전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22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제3자뇌물)·뇌물수수·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그달 25일 "피의자의 범행 관여 여부와 범위에 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관련 자료가 대부분 수집된 것으로 보이고, 관련자들이 구속돼 진술 조작 등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낮은 점, 피의자가 도망할 염려가 크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당시에도 검찰은 "기각 사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후 검찰은 롯데홈쇼핑과 유사한 구조로 기부금이 빼돌려진 정황을 포착해 지난달 28일 GS홈쇼핑을 압수수색하고, 이달 4일 전 전 수석을 다시 조사했다. 검찰은 청와대 재직 당시 기획재정부가 협회에 20억원의 예산을 더 배정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직권남용 혐의를 추가해 8일 전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번에도 발부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윤씨 등과 공모한 혐의로 구속된 협회 사무총장 조모씨의 구속적부심사 신청이 인용된 것에 이어 이날 전 전 수석의 구속영장도 다시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됐다.
 
홈쇼핑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3일 새벽 구속 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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