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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토마토칼럼)다시 고개 든 ‘집값 담합’

2018-0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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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에 해묵은 과제인 ‘집값 담합’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집값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아파트 단지에 공고문을 붙이고, 방송하면서 단체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올해 최대 재건축 사업지 중 하나로 꼽히는 잠실주공5단지 엘리베이터 안에는 최근 ‘잠오(잠실5단지) 집값 지키기 운동본부’라는 곳에서 일정 가격 이하로 집을 팔지 말라는 공고문을 붙였다.
 
공고문에는 다른 강남 아파트에서 집값 담합을 통해 매주 1억원씩 집값을 올리고 있다면서 ▲36평 20억 이상 ▲35평 19억5000만원 이상 ▲34평 19억 이상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같은 집값 담합은 잠실주공5단지뿐 아니라 다른 아파트 단지나 지역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집값을 띄우기 위한 담합 행위는 아파트 인터넷 카페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주민들의 뜻대로 호가를 올리지 않은 부동산과는 거래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심지어 두세 명씩 팀을 이뤄 암행감찰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주민들의 인터넷 카페가 담합의 전진기지로 전락한 셈이다. 집값을 올리기 위한 ‘천태만상’이 부끄러움을 모른 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이 쏟아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진정국면에 접어들었고, 입주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올해 일부 지역은 집값 하락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담합이 고개를 들었고, 최근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남 아파트의 담합은 명백한 불공정 거래다. 이들은 ‘재산권 보호’라는 명분 아래 담합을 합리화하면서 국내 주택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담합은 경매나 입찰의 경쟁에 참여하는 자가 서로 사전에 모의해 경쟁을 없애고, 가격을 낮추거나 높여 부당하게 이득을 챙기는 행위다. 서로 짜고 교환비율을 조작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에 구매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결국 손쉽게 돈을 벌려는 속셈이 전제돼 담합이 이뤄지고, 다른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셈이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서민 등 경제적 약자의 내집 마련 꿈은 점점 멀어져만 간다. 이는 부의 대물림, 지역간 불균형, 사회 양극화 및 계층화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앞장서 강력히 감시·대응해야 할 정부 역시 미온적 대처로 불신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참여정부 당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을 부풀리기 위한 담합이 성행했다. 정부가 합동 단속에 나서 불법적 행위가 적발된 아파트 단지에 대한 과태료나 벌금, 시세 게시를 막는 등 처벌에 나섰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담합에 따른 피해를 특정하기 어렵고, 입주민협의회나 부녀회 등 담합의 주체를 처벌하는 기준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집값 담합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함께 효과적인 담합 근절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부정한 방법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이를 자랑하는 이기적인 문화를 바꾸지 못한다면, 더 이상 우리 사회의 희망은 어디에서도 없다.
  
김영택 뉴스토마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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